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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는 틀렸다 - '국민총행복'을 높이는 새로운 지수를 찾아서
조지프 스티글리츠 외 지음, 박형준 옮김 / 동녘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1. 

언젠가 부모님으로부터 어떤 분이 주식 투자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건강을 돌보지 못해서 젊은 나이에 암에 걸려 죽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생뚱맞을지 몰라도 <GDP는 틀렸다>를 읽으면서 그 분 이야기가 생각났다. 경제 발전에 지나치게 경도된 나머지 국가 내부의 문제, 즉 국민들의 삶의 질, 행복, 복지에 대해서는 무심해진 우리네 현실이 딱 암에 걸려 돌아가시기 직전의 그 분 상황과 비슷하지 않나.  

  

  우리나라 대통령은 어떤지 몰라도, 지구 반대편에 있는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런 모순에 대해 절감한 모양이다. (브루니 얘기만 늘 화제가 되어서 몰랐는데 사르코지가 이런 대통령이었다니, 부럽다......)  그는 이렇게 생각한 것 같다. 이제까지 GDP나 물가지수 등의 측정 도구가 세상을 정확히 측정하고 진단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것은 위정자와 학자들의 착각일뿐, 실제로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감이나 평등도는 하락하고 있다. 왜 그럴까? 혹시 이제까지 사용해온 측정 도구 ㅡ 즉, GDP나 물가 지수 등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사르코지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2008년 2월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를 비롯하여 아마르티아 센, 장 폴 피투시 등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을 초빙하여 위원회를 설립했다. <GDP는 틀렸다>는 바로 이 위원회의 연구 보고서이자 프랑스와 세계의 경제 석학들이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스티글리츠가 지은이로 소개되어 있기에 딱딱한 경제 이론서일 줄 알았는데, 대통령과 관료들이 핵심을 파악하기 쉽도록 쉽고 명료하게 쓰여 있어서 독자로서 득 본 기분! (살다보니 프랑스 대통령이 받아보는 보고서를 내가 다 읽네...!!! 허허허) 

  

2. 

학자들은 보고서에서 종래의 계량 방식이 경제와 삶의 질을 동시에 이룰 수 없는 상쇄적인 성격을 가진 것으로 생각하게 만든다고 비판한다. 그들에 따르면 '환경을 개선하면 성장 지표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식의(p.25)' 관점은 국민들로 하여금 먹고 살기 위해서는 삶의 질이나 행복, 환경 같은 이슈들은 포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가령 '경제 대통령'이 최선은 아닐지 몰라도 최악은 피하는 선택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었듯이.  

 

   
  통계와 회계 방식은 우리의 열망, 즉 우리가 사물에 부여하는 가치를 반영한다. 그것은 우리의 세계관, 경제관, 사회관, 인간에 대한 개념 그리고 사람들의 상호관계에 대한 생각 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따라서 여러 지표들을 마치 우리와 외적인 관계에 있는 ㅡ 즉, 의심할 여지가 없는 ㅡ 객관적 데이터로 취급하는 것은 무척 위험하다. ... (중략)...  

또한 이런 방식은 세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자만에 빠진 전문가들과 일반 시민들 사이에 크나큰 간극을 만든다. 시민들은 전문가들이 데이터를 분석해 내놓은 의견들을 전혀 체감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결국 시민들은 자신들이 속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때문에 둘 사이에 놓인 심연은 매우 위험한 것이 된다. 민주주의에서 이것보다 해로운 요소는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통계 수치들이 허구이고, 조작되었으며, 거짓 정보를 전달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삶이 점점 팍팍해지고 어려워졌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통계 수치는 그들의 생계수준이 향상되었다고 말하고 있으니 속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pp.6-7)
 
   

 

  그 결과 가계보다는 기업,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 경제정책의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고, 생산, 자본, 금융 등의 이슈만 부각되어 국민들의 실생활과 관련된 환경, 인권, 교육 등의 이슈는 자연히 소외되었다. 학자들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학자들은 새로운 계량 시스템을 제안한다. 이 시스템의 특징은 생산보다는 소득과 소비에 주목하고, 기업보다는 가계의 입장을 강조하며, 소득과 소비가 재산과 함께 고려될 수 있게끔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계와 사회의 작동 방식에 큰 변화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가계 내의 가족 성원들 사이에 주고받던 서비스의 대부분이 지금은 시장에서 구매되고 있다. 이런 전환은 국민계정의 소득 상승으로 여겨져, 마치 생활수준 자체가 향상된 것 같은 착각을 만드는데, 사실 이런 변화는 비시장적 서비스가 시장으로 이동했음을 반영할 뿐이다. (p.63)  
   

  

  프랑스 대통령이 소집한 위원회가 만든 보고서인만큼 프랑스의 현실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 많고, 그래프나 통계 자료도 프랑스와 미국, 영국 등 서구 국가들의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만약 한국이라면 어떨까' 라는 가정을 하면서 읽다보니 잠시 멈추어 곰곰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많았다. 가령, 학자들은 또한 GDP 등의 지표가 자본재의 감가상각을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컴퓨터나 소프트웨어 등 정보기술 자산이 자본재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점을 지적한다. 이러한 지적은 프랑스보다도 우리나라의 경우에 대입할 때 더욱 적절한 지적이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인정 받고 있는 전자, 반도체 강국이다. 하지만 이들 산업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점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나 1인당 GD가 정보기술 자산의 감가상각이 반영되지 않은, 즉 과대평가된 수치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이들 기업이 정말로 국내 경제를 '이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깊이 생각해 볼 부분이다.

   

3.     

위원회는 이 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측정 도구가 어떤 사항을 포함해야 한다고 권고했을뿐, 새로운 도구를 제시한 것은 아니다. 하기야 반세기 넘게 사용한 GDP(전에는 GNP가 더 자주 쓰였지만) 등의 측정 도구를 대체할만한 도구를 단시간 내에 발명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더군다나 정부가 앞서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발을 떼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초석을 놓았다는 점은 참 부럽다. 이런 노력이 계속 이어지고 전세계로 퍼지다 보면 위원회가 제시한 새로운 지수 '국민총행복'이 국내총생산을 대체할 날이 정말 올지도 모르니...  

 

   
 

우리의 측정체계는 평균값을 기본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만약 우리가 계속해서 평균값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현실과 동떨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의 믿음이 형성되고,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것이다. 평균적인 개인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증대되는 불평등은 평균값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점점 더 넓혀놓고 있다.  

평균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회피하는 방법의 하나다. - 니콜라 사르코지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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