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 지금 하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하는 87가지 - 어쩌다보니 절반을 살아버린 나에게
오모이 도오루 지음, 양영철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얼마전에는  선배라는 이유로 버젓이 후배를 폭행하는 모 대학 모 학과에 관한 보도가 나왔고, 어느 조간 신문에는 취업 면접이나 맞선을 볼 때 겪는 연령 차별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조선일보, "스물일곱이시네… 뭐 했어요? 이 나이 먹도록"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4/25/2011042500060.html?news_Head2) 선배, 후배 연령차별... 나이의 무게가 우리나라만큼 크게 느껴지는 나라가 또 있을까? (없어도, 있어도 불행한 일이다) 

나이에 집착(!)하는 것은 서점가도 마찬가지다. 10대, 20대, 30대, 스무살, 서른살, 서른다섯살, 마흔살... 몇 살이 되기 전까지 해야 하는 일에 관한 책이 참 많다. 오죽하면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한국인은 이런 책들에 매여 '숙제하듯이' 산다는 말이 나올까. 그래서 이 책을 보고 읽기도 전에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다. 서른다섯살이나 되서 이 책에 실린 87가지 일을 못하면 후회할지도 모른다고 조급해져야 하는 걸까? 서른다섯살에도 자신의 기준이나 규칙 없이 남들 눈에 맞춰 사는 삶이라면 과연 멋진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서른다섯살에 나는 어떤 모습일까? 이런 책을 쓰는 사람이 되어 있을까? 이런 책을 읽는 사람이 되어 있을까?

 

이 책의 저자 모모이 도오루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NHK에 입사했다. 모두가 동경하는 직장에 다녔지만, 조직 내의 권위적이고 안일한 분위기에 질리고 자기발전이 없는 동료들을 보며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에 학업을 병행하여 25세에 외국계 의약품 리서치사 IMS로 이직했다. 이 때부터 승승장구하여 35세에 자회사 사장이 되었으며, 45세에 외국계 인재파견 회사의 일본 법인 경영자가 되었다. 현재는 외국계 인재파견 회사의 회장을 맡아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졸 학력으로 NHK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출세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기서 만족하고 발전을 멈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만족하지 않고 자기계발을 하여 법인의 경영자, 회장직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NHK에 계속 있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이 책은 그의 경험과 노하우의 결정체라고도 할 수 있는 책이다. '지금 하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하는' 일이라고 해서 인생이나 연인, 가족, 취미 등에 관한 일반적인 얘기도 나올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회사생활, 인간관계, 리더십, 자기계발, 판매법 등 '경영자의 입장에서 쓴' 직장생활에 관한 내용의 비중이 많다. 아무래도 서른다섯살이면 '업'으로 삼고 있는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때이기 때문인 것 같다. 언젠가 무슨 특강에서 20대는 이것저것 경험하고 실패하면서 배우는 때이고, 30대 중반에 가서 본격적으로 승부를 던져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서른다섯은 그만큼 직업인으로서 중요한 나이인가보다.

 

현재 직장인이 아니라서 직장생활이나 업무에 관한 얘기는 마음에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인간관계에 관한 내용은 공감이 되었다. 직장인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은 가족이나 연인, 직장, 돈도 아닌 '인간관계'라는 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는데, 저자 역시 인간관계가 서른다섯살의 직장인들에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나보다. 제법 많은 분량이 할애되어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저자는 특히 자기보다 주변을 먼저 신경쓰는 '베이컨 같은 사람'을 강조한다. 조화, 즉 '와[和]'를 강조하는 일본인 다운 생각이다. 개인을 존중하고 개성을 인정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이고, 남과 다르게, 차별화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대세라지만, 막상 조직에 들어가고 나면 나의 개성보다 집단, 조직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인 것 같다. 개인의 입장에서도 내 개성만 중시하는 것보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을 모두 아우르는 능력을 갖춘다면 더 성공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어느 곳에서나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주위를 살펴보면 베이컨 같은 사람이 있다. 사람을 사귈 때 상대가 누구라도 장점을 잘 끌어내는 사람이다. 자신은 메인 재료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의 맛을 돋보이게 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자연스럽게 이런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진정 멋진 사람이다. 메인 재료의 맛을 끌어내면서 자신의 맛도 조심스럽지만 확실하게 내는 베이컨 같은 사람 말이다. (pp. 141-2)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해주면, 이미 알고 있는 당연한 말이라며 짜증 섞인 표정으로 흘려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만 '당연한 일'을 당연히 실행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그 당연한 일을 정말로 하고 있는가?"라고 다시 한 번 물어보면 대개 고개를 젓는다. (중략) 일찍 일어난다, 매일 1시간씩 영어 공부를 한다, 일주일에 네 권 이상 책을 읽는다... 등 이처럼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실행할 때 비로소 당연하지 않은 삶이 펼쳐진다. (pp.27-8)

 

20대, 30대 등 '몇십대 시리즈'가 대개 그러하듯이, 저자가 강조하는 87가지는 누구나 잘 알고 있고, 어디선가 읽은 적도 있고, 선배나 직장 상사에게 귀가 따갑게 들었던 얘기들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또 이 얘기야'하는 생각으로 대강 넘겨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가 강조하듯이 그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실행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고, 이런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다. 서른다섯이면 인생의 절반을 산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평균수명이 여든을 넘어가는 요즘 같은 때에는 아직 반환점도 못 돈 것이고, 누가 먼저 죽는지는 순서가 없다는 말처럼 서른다섯살이라고 해서 아직 젊고 팔팔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나이에 상관없이, 아무리 당연하게 여겨지더라도 일단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먼저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조차도 너무나 당연한 말같고, 아직도 이 책이 '숙제'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숙제할 생각만 하고 미루다가 결국 못하는 것보다는 숙제를 먼저 해치우고 노는 게 훨씬 마음 편하고 즐겁다는, 이런 '초딩'들도 다 아는 진리를 어른들이 모르면, 나이 더 먹어서 정말 후회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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