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과 열 세 남자,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 -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덤빈 우리 바닷길 3000km 일주 탐나는 캠핑 3
허영만.송철웅 지음 / 가디언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휴가 다녀온지 일주일도 채 안 됐는데 벌써부터 남해의 짭쪼롬한 바다 냄새와 띄엄띄엄 보이는 섬들이 그립다. 이런 내 마음을 달래기에 충분할 책 한 권을 받았다. 제목은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 제목만 봐서는 천방지축 청소년들이 대책없이 떠난 배낭여행에 대한 책일성 싶은데, 웬걸 한국 최고의 만화가 허영만과 그의 지인 열 세명이 떠난 여행기란다. 그것도 장장 1년에 걸쳐 백령도에서 독도까지 '바다의 백두대간'을 일주한 이야기! 이거 바다 냄새에 아저씨들 땀내음까지 흠뻑 묻어난 책일 것 같은 예감이 들지 않는가...!
 

이 책을 알게된 것은 순전히 허영만 선생님 덕분이다. 이분이 한국 최고의 만화가라는 것은 한국인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만화 외적으로는 어떤 분인지, 어떤 생활을 하고 계신지 궁금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몸소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신 결과 <식객>이라는 대작이 탄생했고, 언더파를 칠 정도의 실력으로 골프만화 <19번홀>을 낳지 않았는가. 그런 허영만 선생님이 이번에는 바다에 도전하셨다면 분명 그 분만의 섬세하고 예리한 관점으로 재미있는 책을 만드셨을터. 망설임 없이 이 책을 고를 수 밖에 없다.  
 


요트 여행이라고 하면 흔히들 편안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상상할 것이다. 하지만 '집단가출호'의 항해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멀미, 벌레들의 공격, 식량 부족, 추위, 더위, 암초, 심지어는 배 한 켠에 있는 화장실이 가스를 못 이기고 폭발하는 사건까지...(!!)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하지만 끈적한 우정과 협력으로 똘똘뭉친 대원들, 도움을 자청한 기항지의 주민들 또는 지인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책에는 허영만 선생님의 유머러스한 그림과 실감나는 글로 각지에서 만난 음식 설명이 참 많다. 바다에서 바로 잡은 물고기로 선상에서 뚝딱뚝딱 만들어 먹는 생선회, 매운탕은 물론이요, 항해를 마치고 그곳 주민들이나 지인들이 마련해준 별미에 술 한 잔을 걸치며 회포를 푸는 대목 등 침이 꼴딱골딱 넘어간 어찌나 많았는지 모른다.
 
 


남자는 늘 가출을 꿈꾼다. 남자에게 가출이란 일상을 버리는 게 아니라 삶의 활력과 기쁨, 그리고 희망을 불어넣는 윤활유인 셈이다. "돛을 올리고 로프를 묶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이마에 피가 철철 날 정도로 다친 줄도 몰랐다."라는 허 화백의 말처럼 가출하면 몸은 고생이지만 그 어떤 즐거움과도 바꿀 수 없다. 그러기에 허 화백과 집단가출호 대원들은 돌아와서 더 잘살기 위해 다시 가출할 것이다. (본문 중에서)


올 여름 아직 휴가를 떠나지 못한 분, 도시에 살면서 늘 바다를 꿈꾸는 분, 당장이라도 훌쩍 떠나고 싶어서 몸이 들썩이는 분, 뜨거운 우정과 사나이들의 열정을 느껴보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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