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을 읽다가 눈물을 흘린 것이 참으로 오랜만이다. 공지영의 신작 <도가니>는 인터넷 포털 다음(daum)의 ‘문학 속 세상’에 연재될 당시 누적 조회수가 무려 1,100만에 이르렀다. 장애인, 인권, 성폭력, 종교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가 등장할 뿐 아니라, 정부와 상류층을 비판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관심과 학대를 꼬집는 내용인 만큼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킬 밖에.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탈을 쓰고 비인간적인 짓을 저지르고 있는가. 그에 반하면, 비록 사회적으로는 약자이지만 서로를 보듬으며 굳세게 살아가는 자애학원의 아이들과 연두 어머니, 통역 자원봉사자, 서유진은 인간적이고 훌륭하다.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인류의 역사가 지속되며 모든 범죄와 악행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살 만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소설을 읽으며 나는 인간의 '선택'에 대해 생각했다. 강인호만 보더라도 무진으로 갈 것인지 서울에 남을 것인지, 자애학원의 아이들을 구할 것인지 말 것인지, 서유진과 함께 할 것인지 아내를 택할 것인지 등의 문제를 두고 끊임없이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가해자 측에 있는 이강석, 강복 형제, 최수희 같은 인물들에게도 선택의 기회는 무한히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다른 모습의 삶을 걸은 건 선택 이전에 스스로 사유하는 단계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스스로 옳은 일이 무엇인지를 판단하여 내린 선택과, 사회 구조나 사회적 관계, 이익 등을 따져가며 내린 선택의 질과 결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사회적인 위치에 맞는 순응적인 선택을 했기에 악인이 된 것은 아닐까. (인호 역시 마지막에 자신의 생각과 상관없이 가족이라는 굴레에 갇혀 진실로부터 도망친 것은 아쉽다)

 

 

소설에는 장애인 인권을 비롯한 여러 사회적인 이슈들이 나오는데, 작가는 배경이나 소재로서가 아니라, 정말 이 문제들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으며, 이를 위해 부가적으로 인물이나 배경을 장치한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은 본래 허구이며, 더욱이 최근에는 신변잡기적인 소설이 많이 나오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도가니>는 진실을 고발하고 독자로 하여금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끔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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