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의 지혜 - 혼돈의 세상에서 평온함을 찾기
앤디 메리필드 지음, 정아은 옮김 / 멜론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당나귀의 지혜] 는 앤디 메리필드가 당나귀 그리부예와 프랑스 시골마을을 여행하면서 얻은 깨달음에 대해 쓴 책이다. 표지만 보면 언뜻 여행기인가 싶기도 하지만, 당나귀와 함께한 여행을 주제로 한 '에세이 모음집'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저자는 영국에서 태어나 옥스퍼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때는 영국과 미국에서 강의를 하며 성공가도를 걷기도 했지만, 지금은 모든 부와 명예를 버리고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호젓하게 살고 있다.

 

책에는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다양한 관심사가 엿보이는 부분이 많이 있다. 당나귀를 예찬하면서 [돈키호테], [동물농장],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 등을 인용한다든가, 예수와 마호메드, 호메로스, 스피노자, 발터 벤야민, 랭보 등 많은 사상가, 학자, 문인들이 당나귀에 대해 어떻게 언급했는지를 꼼꼼히 일러준다. 특히 [돈키호테] 의 산초와 그의 당나귀 대플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이미 알고 있는 얘기인데도, 산초가 당나귀와 어떤 관계였는가에 주목한 저자의 해석으로 읽으니 새롭게 느껴졌다.   

 

 

저자의 ‘당나귀 예찬론’을 읽고 있노라면, 당나귀가 이렇게 대단한 동물이었나 싶다. 당나귀를 뜻하는 말인 ‘donkey’나 ‘ass’는 욕으로 쓰일 만큼 서양에서는 당나귀에 대한 인식이 안 좋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나귀는 말처럼 좋은 대우를 받는 동물은 아니며,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나귀처럼 늙고 지친 동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책에는 ‘아프리카의 민간설화에 따르면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과 한 쌍을 이루는 동물이 하나씩 있다(p.249)’는 문장이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천대하고 멸시하는 당나귀에게 애정을 느끼고 지혜를 얻은 것을 보면, 저자의 동물 짝은 당나귀인 것이 틀림없다.  




당나귀들이 대지에서 뒹굴고 있다. 마치 백일몽 같이.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안개 속에서 산을 누비며 여행했던 기억들이 모두 백일몽의 한 장면일지도 모른다. (p.188)



[당나귀의 지혜] 에는 몇 번에 걸쳐 ‘백일몽’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저자는 뉴욕에서 강사로 활약하며 남부럽지 않은 명예와 부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프랑스 시골에서 한낱 당나귀에게 지혜를 얻는다는 것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며, 헛된 공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헛헛한 도시에서의 삶이야말로 허상이고, 당나귀와 함께 여행을 하며 지나온 삶을 반추하고 인생의 의미를 되찾는 시간이 진정 인간다운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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