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당일치기 여행길, 버스안에서 조용히 이 책을 읽었다. 분주히 지나가는 차들, 재잘재잘 얘기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만 홀로 붕 떠서 책 속을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책 역시 미하엘의 사랑과 삶을 통해 인간과 사회를 관통하는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여행을 하는 내용이었다.  

 

<더 리더>의 화자는 독일 작가 특유의 담담한 문체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천천히, 하지만 또렷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는 마치 달콤한 첫 맛 뒤에 씁쓸한 끝 맛을 남기는 커피 같았다. 열다섯살 소년 미하엘의 사랑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독일 사회의 아픈 역사와 현재, 그리고 인간이 끌어안고 있는 고민까지 포용한다. 미하엘이 평생 간직하고 있었던 고민과 외로움, 타자로부터의 자발적인 소외가 한나가 남긴 상처와 그 안에 담긴 사랑 때문이었음을 깨닫는 결말에 이르렀을 때, 나는 이것이 곧 역사가 우리에게 (특히 독일의 역사가 독일의 현실과 미래에 시사하는 바) 지워주는 부담과 교훈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죄인으로서 미하엘을 사랑한 한나와, 죄인인 한나를 사랑한 미하엘처럼, 죄를 지었다는 (역사적) 사실과 그것과 영원히 결부되어 살아야하는 현실의 관계란 얼마나 어려운 물음인가.

 

책을 읽으면서 2차 대전의 참상으로부터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는 우리의 역사가 자꾸 떠올라서 마음이 답답했다. 비록 가해자와 피해자로서 입장은 다르지만, 죄를 지은 자와 그로 인한 피해를 입은 자의 관계, 용서를 구하는 것과 용서, 그리고 화해-, 이 모두가 어느 입장에서든 완전한 답을 내리기엔 너무나도 어려운 문제들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사유와 고민이 없다는 것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에게도 역사에 대한 이해와 처벌, 그리고 새로운 관계의 정립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피해자인 우리 뿐 아니라, 누구보다도 가해자인 일본의 적극적인 반성과 보상이 가장 요구되는 부분이다. 학계와 사회 뿐 아니라, 이런 문학 분야에서도 과거의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이를 어떻게 용서받고 극복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독일의 사정이 참 부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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