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의 가게
이서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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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가 다 어렵지만 특히 장사는 함부로 뛰어들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서수 작가의 장편 소설 <마은의 가게>에서 주인공 '공마은'이 엄마에게 장사를 할 계획이라고 털어놓았을 때, 나는 마은의 엄마가 아닌데도 속으로 '안돼!!!'를 외쳤다. 장사가 얼마나 어려운데, 게다가 돈도 없이, 여자 혼자? 마은의 엄마도 같은 말을 늘어놓았으나 마은의 결심은 확고했고, 무엇보다 여자 나이 서른일곱에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이유가 작용해, 마은은 엄마가 말리든 말든 장사를 시작한다. 매장은 허름하고 간판도 어설프지만 정성을 다해 내린 커피와 직접 구운 머핀을 제공하는 카페 '마은의 가게'를.


이십 대와 삼십 대 초중반을 극단 생활과 학원 강사 일로 보낸 마은은 그동안 쌓은 사회 기술이라면 혼자서도 거뜬히 카페를 운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는 걸 깨달은 건 개업 첫날부터다. 주변 가게에 떡부터 돌리라는 엄마의 조언을 안 들어서일까. 비상벨을 꼭 달라는 주변 가게 여자 사장님들의 충고를 무시해서일까. 임대료가 워낙 싸기도 했고 가게 목이 안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장사가 처음부터 잘 될 리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손님이 거의 안 들어오는 데다가, 여자 혼자 장사한다고 만만하게 보는지 이상한 남자들이 밤낮으로 가게를 기웃거리고 때로는 손님으로 와서 행패를 부린다.


마은은 고시원 월세를 아끼기 위해 카페에서 숙식을 해결하기로 하는데 이게 또 착오였다. 고시원에서 지낼 때에도 가끔씩 남자들이 여성 전용 구역에 와서 난동을 일으키는 바람에 무서웠는데, 카페는 개방된 공간이다 보니 아무나 밤이나 새벽에 와서 가게 안을 들여다 봐도 뭐라고 할 수가 없고, 뭐라고 했다가 생길 수 있는 위험(폭행, 강간, 살인 등...)을 생각하면 그냥 꾹 참을 수밖에 없다. 만약 마은이 남자였다면, 남자 사장 혼자 하는 가게였다면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런 걱정을 해본 적 없는 남자들이, 이런 걱정을 내내 하며 살고 있는 여자들에게 피해망상이라고 2차 가해를 하는 것까지 현실 그 자체다.


이 소설은 마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마은의 손님인 '보영'의 이야기도 함께 등장한다. 직장에서 경리 업무를 맡고 있는 보영은 직장의 성차별적인 분위기 때문에 자신이 팀장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먼저 체념하고 야근을 거부한다. 보영의 남자친구 '주호'는 일용직을 전전하며 장래 계획은 전무하다. 직장도 없고 남편도 없지만 내 가게가 있는 마은이나 직장도 있고 남친도 있지만 장래가 없다고 느끼는 보영이나 비슷하게 불안하고 불행해 보이는 건 나뿐일까. 


여자 혼자 장사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무레 요코의 소설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과 비슷하지만,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이 은은한 단맛(일본의 맛)이라면 <마은의 가게>는 오싹하게 맵고 짠맛(한국의 맛)이다. <빵과 수프>가 시리즈로 이어진 것처럼 <마은의 가게>도 시리즈로 이어졌으면 좋겠다(후속편 원해요 ㅠㅠ 마은의 미래가 궁금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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