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 솔티
황모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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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에 실린 단편이 모두 좋은 경우는 잘 없다. 친하지 않은 장르의 책이라면 더욱 그렇다. 아닌 경우도 있다는 걸 알게 해주는 책을 만났다. 2024년에 출간된 황모과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스위트 솔티>이다. 한국과학문학상, SF 어워드 등을 수상한 황모과 작가는 한국 SF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이 책에 실린 여덟 편의 단편 모두 SF의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SF의 열렬한 팬이 아닌 나도, 심지어 모든 단편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내 생각엔 작가가 SF라는 장르를 통해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이 결국에는 인간, 나아가 (나의 관심사인) 사회, 역사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인간 중에서도 그 사회에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한 인간에게 관심이 있는 듯 보인다.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일본으로 갔지만 그곳에도 다양한 층위의 차별과 혐오가 존재한다는 걸 깨닫는 한국인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오메라시로 돌아가는 사람들>, 최신 시술로 완벽한 신체를 얻을 수 있게 된 시대의 음모를 그린 <시대 지체자와 시대 공백>, 부산이라는 도시가 품고 있는 이민의 역사를 톺아보게 하는 <스위트 솔티>,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끌려간 성노예 중에서도 잊힌 존재들을 소환하는 <순애보 준코, 산업위안부 김순자> 등은 모두 사회로부터 밀려나고 역사에서도 배제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약자, 소수자를 새로운 방식으로 착취하고 탄압하는 존재로서 과학을 등장시킨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시대 지체자와 시대 공백>에 나오는 '스마트 보디', <순애보 준코, 산업위안부 김순자>에 나오는 '브레인 서포터' 등의 최신 과학 기술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똑같은 이익을 주는 게 아니라 특정 계급, 집단에게만 유익하고 그렇지 않은 계급, 집단에게는 불리하다. 과학 기술에 대한 작가의 유보적 시각은 이어지는 작품들에서도 드러난다. 인류의 고효율 성장을 위해 태어난 지 3년 안에 사회에 투입 가능한 인력이 되어야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타고난 시절>, 인간 때문에 멸종 위기에 놓인 벨루가 돌고래와 벨루가를 본떠서 만든 로봇의 우정을 그린 <나의 새로운 바다로>, 로봇이 대신 여행해 주는 시대를 상상한 <여행이 다시 당신을 찾아옵니다> 등이 그렇다.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인 <브라이덜 하이스쿨>은 (SF가 아닌) 판타지의 설정을 빌린 소설로, 어떤 여자가 일부다처제가 일반적인 사회의 신부 양성 학교 화장실 청소부로 환생(전생)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남자에게 선택받는 것을 인생의 최대 목표로 생각하는 (여)학생들에게 환멸을 느낀 여자는 자신이 아닌 온갖 장르의 로맨스 서사를 총동원해 학생들을 계몽시킨다. 그 결과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여성 혐오적 관습과 가치관을 받아들였던 (여)학생들이 일부다처제, 이성애, 남성애의 망령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인간으로 변화하는 모습이 통쾌하면서도 감동적이었다. 안 읽은 사람 없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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