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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타쿠 삶 ㅣ 청소년에세이 해마 6
정해나 지음 / 낮은산 / 2025년 8월
평점 :

보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은 어떤 작품에 미쳐본 사람이다. 다시 말하면, 어떤 작품에 미쳐본 사람만이 보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수많은 독자들을 '미치게 만든' 만화 <요나단의 목소리>의 작가 정해나를 '미치게 만든' 작품은 무엇일까. 그의 '덕질' 이력을 담은 책 <나의 오타쿠 삶>에 그 답이 자세히 나온다.
학교 선생님을 좋아해도 그냥 좋아하지 못하고 팬아트까지 그려가며 열렬히 좋아했던 저자는 인생 만화 <유리가면>과의 만남을 계기로 만화와 연극이라는 두 개의 세계에 풍덩 빠져버렸다. 이후 만화는 직접 만화가가 됨으로써 '덕업일치'를 실현했고, 연극은 팬으로 남았지만 보통의 팬은 경험해본 적 없을 수많은 '성덕 모먼트'를 경험했다. 이를테면 좋아하는 작품의 감독, 배우들과 같은 차에 타기, 원작자에게 엽서 받기, 좋아하는 배우와 SNS 친구 되기 등등. 물론 저자가 가만히 앉아 있다가 성덕이 된 건 아니다. 같은 공연을 수십(어쩌면 수백?) 번씩 보고, 지방 공연 원정도 불사하고, 작품에 나온 장소가 궁금하면 외국으로도 '성지순례'를 떠나는 열정을 보였기에 이런 '기적'이 가능했다.
이 책의 '부작용'으로 여러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50년 넘게 '미완결' 상태인) <유리가면>을 보고 싶어진다는 것이고, 둘째는 외국에서는 연극으로 만들어질 만큼 유명한 작품인데도 한국에서는 번역된 적 없는 소설 <히스토리 보이즈>를 읽고 싶어진다는 것(제발 어느 출판사라도...!), 셋째는 뮤지컬 <러브레터>,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 뮤지컬 <펀홈>처럼 종료된 공연을 보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나중에 재상연되어 보게 되더라도 그 공연은 저자가 본 공연과는 '다른' 공연이기 때문에 '같다'고 말할 수가 없는 것이 공연의 속성... 그래서 공연은 기회가 있을 때 무조건 보는 것이 좋고, 바로 이 점 때문에 오타쿠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저자의 설명(변명?)이 이해가 된다. (체력과 재력이 허락한다면 나라도 올공 뛸 것 같다. 허락 안?해서 다행인지도... ㅋㅋ)
남이 뭔가를 열심히 좋아하면 나도 괜히 기분 좋은 이유는 뭘까. 덩달아 나도 뭔가를 좋아하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 책장이 술술 넘어가지만 마지막 장을 덮기가 아쉬운 책, 웃기지만 끝에는 눈물도 살짝 나는 책, 얇지만 아주 깊은 세계를 담고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