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의 도시관찰일기
이다 지음 / 반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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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의 덕목 중 하나는 독자로 하여금 책을 읽고 나서 뭔가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러스트레이터 이다의 책들이 그렇다. <끄적끄적 길드로잉>을 읽었을 때는 똥손이지만 뭐라도 그려보고 싶어졌고, <이다의 작게 걷기>를 읽었을 때는 당장 밖으로 나가 작은 여행을 해보고 싶어졌다. <내 손으로, 발리>, <내 손으로 교토+오사카>, <내 손으로, 치앙마이>를 읽었을 때는 직접 그 도시에 가보고 싶어졌고, <이다의 자연관찰일기>를 읽었을 때는 내 주변의 풀, 꽃, 나무, 곤충, 새, 동물들의 이름이라도 알고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5년에 나온 <이다의 도시관찰일기>를 읽고 나서는 매일 산책 코스를 달리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2022년에 출간된 <이다의 자연관찰일기>의 후속편 격인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만의 도시 관찰기를 들려준다. 이 책의 시작 부분에서 저자는 인류애가 바닥을 칠 때 오히려 더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텔레비전에는 나와 동떨어진 세계에 사는 듯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나온다. 인터넷에는 온갖 차별과 혐오 발언이 난무한다. 이런 것들만 보면 가뜩이나 부족한 인류애가 차오르기 어렵다. 모니터 너머의 (어쩌면 AI일 수도 있는) 모르는 인간이 쓴 글 말고, 조금 노력하면 직접 만날 수도 있는 인간이 쓴 이런저런 안내문 또는 경고문, 어떤 진심 또는 농담이 담긴 그림이나 낙서, 누군가 정성을 다해 키운 것이 분명한 꽃과 나무, 각종 기발한 발명품, 때로는 언제 치우나 싶은 쓰레기나 버려진 물건을 보면,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고 때로는 가슴이 벅차고 그렇게 서서히 인류애가 차오른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저자는 하루 업무를 다 마친 오후 다섯 시쯤 밖으로 나가 1시간 정도 산책을 한다고 하는데, 나 또한 하루 업무를 마치고 1시간 정도 동네를 산책하는 습관이 있다. 주로 집 근처 공원이나 개천 주변을 걷는데,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도는 일부러 다른 길을 걸어보고 싶어졌다. 그러면 평소에 늘 보는 물건이나 풍경 말고 다른 물건이나 풍경도 만나게 되겠지? 어쩌면 그 덕분에 새롭게 배우거나 잠깐이라도 웃을 일이 늘어날지도 모른다. 인상적인 건 저자처럼 그림으로 기록해 두거나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으로 담아도 좋겠다. 이 마음이 식기 전에 얼른 산책하러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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