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연합 0장 위픽
한정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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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하나는 강자 또는 다수자 속성에 끌리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약자 또는 소수자 속성에 끌리는 사람이다. 나는 압도적으로 후자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길을 따르는 사람보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는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 좋다. 모두가 더 높은 곳으로 향할 때 낮은 곳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에게 끌린다. 밝은 자리에 훤히 드러나 있는 것만 보지 않고 그늘진 자리에 숨겨져 있는 것을 부러 찾아보는 사람을 동경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대부분의 소설가들이 후자에 속하고, 한정현 작가 또한 그렇다. 소설집 <소녀 연예인 이보나>, <쿄코와 쿄지>, 장편소설 <줄리아나 도쿄>,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 <마고>, 산문집 <환승 인간> 등 이제까지 출간된 한정현 작가님의 책을 전부 읽었다. 읽으면서 느낀 건, 작가님의 관심사가 나의 관심사와 아주 많이 겹친다는 것. 그냥 역사와 정치, 사회와 문학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역사에 기록되지 못하고 정치에서 배제되어 왔으며 사회에서 차별 당하고 문학이라는 장(場)에서나 겨우 목소리를 내거나 형상화되는 존재들에게 관심 있다는 점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런 이유로 한정현 작가님의 신간이 나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입하는 편이다. 이 책도 나오자마자 구입했다. 첫 장을 펼치자마자 판타지 소설인 걸 알고 '오오, 작가님 드디어 판타지 소설 쓰셨구나' 싶었다. 놀라기는 했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던 건, <환승 인간>에서 어릴 때 판타지 소설을 무척 좋아했다고 쓰신 걸 읽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판타지 소설 '덕후'였던 사람이 판타지 소설을 쓰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아아, 이건 그냥 한정현이다. 하프엘프, 하프드래곤 같은 판타지 소설적인 용어가 나오기는 해도, 이것들이 가리키는 대상이 국적, 민족, 인종, 성별,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고 혐오 당하는 존재들, 한정현 작가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약자, 소수자들을 가리킴을 모를 수가 없다. 덕분에 (나에게는 익숙지 않은) 판타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낯선 느낌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사랑과 연합 '0장'>이라는 제목에 예고되어 있듯이 이 소설은 '대서사시의 시작점'으로서 앞으로 쭉 후속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아마도). 나야 뭐 한정현 작가님 책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읽으니까 후속편(들)도 계속 읽어가겠지. 벌써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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