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북해에서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7
우다영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10월
평점 :

혼자라고 느끼는 순간에도 오롯이 혼자인 사람은 없다. 매일 먹는 밥 한 공기, 국 한 그릇조차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정성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다영의 소설 <북해에서>를 읽으며 떠올린 생각이다. 이 소설에는 혼자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여러 명 나온다. 나선은 군인 아버지를 둔 외동딸이다. 원래는 아버지의 뒤를 따라 군인이 되고자 했던 오빠가 한 명 있었는데 사고로 죽었다. 아버지는 후배 군인들을 집으로 종종 초대하는데, 나선은 아버지가 군인 아들 대신 군인 사위라도 보고 싶어 하는 것 같고, 아버지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이용하는 것 같아서 불편하다.
오경은 딸부잣집의 막내딸인데, 어느 날 도시 전체가 공습을 당하면서 가족 모두를 잃고 홀로 살아남는다. 군인의 추격을 피해 수로로 도망간 오경은 수로가 붕괴되면서 돌무더기 안에 갇히는데, 군인도 그 돌무더기 안에 갇히면서 적군과 협력해 생존을 도모하는 기묘한 상황에 놓인다. 미림은 특별히 아끼던 새가 사라진 후 사냥꾼이 되기로 결심한다. 자신에게 친구가 되어 주었던 새를 사라지게 한 숲에게 복수를 하는 심정으로 숲에 사는 크고 작은 동물들을 열심히 죽인다. 하지만 마을에 철도가 놓이면서 철도 노선에 위치한 숲 전체를 없앤다는 말이 들려오고, 설상가상으로 미림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상이 생긴다.
이 소설은 나선, 오경, 미림의 이야기가 차례로 이어진 다음 북해의 슬픈 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다시 미림, 오경, 나선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북해의 슬픈 왕은 미림의 아이인데, 미림의 아이가 되기 이전에 여러 사람들의 육체에 깃든 영혼이었던 전적이 있다. 미림은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의 모든 것들이 궁극적으로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그러므로 유일한 탄생도 영원한 상실도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 이야기는 종국에 나선에게로 전해져 가족 안에서조차 혼자라고 느꼈던 나선의 영혼을 위로한다. 나선의 아버지에게도 이 이야기가 전해졌을까. 부디 그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