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행복 - 가장 알맞은 시절에 건네는 스물네 번의 다정한 안부
김신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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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계절의 소중함을 몰랐다. 봄 되면 꽃이 피고 여름 되면 비 오고 가을 되면 단풍 들고 겨울 되면 눈 오는 것을 당연하다 여겼다. 나이가 든 지금은 계절만큼 정확한 기쁨을 주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결정은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데 반해 자연은 철마다 확실히 싹을 틔우고 잎을 떨군다. 일찍이 이를 깨달은 조상들은 한 해를 4계절로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24절기로 나누어 각 계절의 흥취를 더욱 촘촘히 즐겼다. 각각의 절기에 붙인 입춘, 우수, 경칩, 춘분 같은 이름들과 동짓날에 팥죽 먹기 같은 풍습은 지금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김신지의 산문집 <제철 행복>은 저자가 절기별로 실천하고 있는 자신만의 행복 루틴을 소개하는 책이다.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저자는 도시 생활을 동경했다. 그런데 막상 도시 생활을 해보니 자연에 대한 그리움이 커졌다. 시골에선 당연한 풍경이었던 꽃과 나무가 도시에선 너무도 귀했다. 어릴 때는 지겹고 귀찮기만 했던 농사 일과 나물 캐기 같은 연례 행사가 그리웠다. 그래서 저자는 자연을 더 자주 접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24절기를 챙기기 시작했다. 거창해 보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어렵지 않다. 벚꽃 피면 벚꽃으로 유명한 장소에 들르고, 간 김에 제철 음식을 파는 식당에서 제철 음식을 맛있게 먹는 정도다.


이 글을 쓰고 있는 11월 27일은 소설(양력 11월 22일경) 무렵이다. 찾아 보니 소설에는 살얼음이 얼기 시작하여 겨울 기분이 들면서도 따사로운 햇살이 있어서 소춘(小春)이라고도 한다고 한다. 소설에는 김장을 담그거나 보리나 밀, 마늘을 심는다는데 마침 우리 집도 내일이나 모레 김장을 할 예정이다. 내 생일은 일 년 중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절기인 대설 직전인데, 올해는 대설이 오기도 전에 큰 눈이 내렸다. 대설 무렵에는 방어 등 겨울철 물고기 잡이가 활발하다고 한다. 이번 생일에는 방어회를 먹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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