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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번만이라도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월
평점 :

야요이와 히나코 자매는 둘 다 30대이고 싱글이다. 언니인 야요이는 전 남편이 자신의 친구와 바람이 난 걸 알고 이혼했다. 위자료 명목으로 남편에게 맨션 한 채를 받았지만 경력이 단절된 그로서는 생활비를 마련할 길이 막막하다. 자격증을 따서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지만, 요양보호사의 업무가 아닌 가사 일을 요구 받거나 남성 노인에게 성희롱 또는 성추행을 당하는 등 일을 때려치우고 싶은 상황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혼자서는 먹고 살 길이 막막한 데다가 의지할 남편도 자식도 없는 그로서는 이만한 일자리도 없기에 묵묵히 해내는 수 밖에 없다.
동생인 히나코는 대학 졸업 후 정규직 취업을 목표로 열심히 일했지만 서른이 넘도록 취직을 못하고 파견직을 전전하는 중이다. 아직까지는 밥줄이 끊긴 적이 없지만 서른 넘은 여자에게는 파견 회사에서도 일자리를 잘 안 주기 때문에 앞으로의 밥벌이가 걱정이다. 그러던 어느 날 부자인 이모가 히나코에게 브라질 여행을 제안한다. 갑작스러운 제안이었지만 남편과 사별한 후 쓸쓸하게 지내고 있는 이모인 데다가 1인 당 180만이 드는 고가 여행이라는 말에 혹해 히나코는 일을 쉬고 브라질로 떠난다. 야요이는 그런 동생을 보면서 철없다고 느끼는 한편으로 부럽다고 느낀다.
<딱 한 번만이라도>는 일본 작가 마스다 미리가 <안나의 토성>에 이어 두 번째로 발표한 장편 소설이다. 소설은 크게 두 개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하나는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야요이의 일상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이모와 함께 브라질 여행을 떠난 히나코의 이야기이다. 성격이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두 사람 모두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고 미래에 대한 기대도 없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보통 이런 이야기는 주인공이 현실의 결핍을 채우고 원하던 미래를 성취하는 '해피 엔딩'을 맞는 경우가 많은데(야요이와 히나코도 기대한다), 이 소설은 안 그런 점이 신선했다. 현실적, 염세적인 마스다 미리의 작품답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