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정원 -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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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서울 인왕산 인근의 달동네. 한씨 집안의 장손이자 4대 독자인 여섯 살 동구의 여동생 영주가 태어난다. 동구네 가족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동구, 영주로 이루어져 있다. 할머니는 며느리를 쥐 잡듯이 잡고 손자인 동구조차 며느리의 혈육이라는 이유로 미워한다. 아버지는 고부 간의 갈등을 말리기는커녕 가부장의 권위를 내세우며 아내와 아들을 괴롭힌다. 어머니는 시집살이의 매운맛에 눈물 마를 날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태어난 영주는, 뜻밖에도 가족 모두의 사랑을 받으며 불화로 얼룩진 식구들 사이를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그런 동생의 존재가 고마워서, 동구는 늘 영주를 업고 다니고 귀여워 한다.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심윤경 작가의 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여섯 살 소년 동구의 유년 시절 5년을 그린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동구의 유년 시절은 문제가 많아 보인다. 동구네집 어른들은 동구가 아직 어리고 서툴러서 실수하는 것조차 용인하는 법 없이 언어폭력과 신체폭력 가한다. 아동 학대가 훈육이라는 명목으로 일상적, 보편적으로 이루어지던 시대의 모습은 보고 있기가 괴로울 정도다. 게다가 동구는 3학년이 될 때까지 한글을 못 읽어서 교사는 물론 급우들에게조차 놀림과 무시를 당한다. 이런 와중에 어둠 속 한 줄기 빛처럼 동구에게 다가온 이가 있었으니, 바로 담임인 박영은 선생님이다.


이제까지 동구의 주변 어른들은 동구를 하나의 인격을 가진 존재로 대우하기 보다는 기대에 못 미치는 장손, 버리기 부담스러운 짐짝 같은 아들, 열 살이 되도록 글자도 못 읽는 부진아로 여기며 자신들의 무시와 학대를 합리화했다. 반면 박영은 선생님은 동구가 어떻게 사는지, 어떤 마음으로 사는지 궁금해 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어린 동생을 잘 돌본다며 칭찬해주고 격려해준다. 이후 동구는 매일 방과 후 박영은 선생님과 공부를 하면서 처음으로 학교 생활이 즐겁다고, 사는 게 행복하다고, 내일이 기대된다고 느낀다. 아이를 존중하고 칭찬해 주는 어른의 존재가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상당히 휘몰아치는 전개인데 후반부의 이야기는 전반부의 이야기보다 더 충격적이다. 겨우 열한 살, 열두 살인 동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여파가 오래 갈 사건이 두 건이나 연이어 일어나는데, 이 때도 동구는 주변 어른들에게 먼저 도움을 받거나 나중에라도 도움을 청하기는커녕 자기 혼자 고통을 감내하거나 어른들보다 먼저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상황을 타개한다. 의지할 어른이 없어서 스스로 어른이 되어야 했던 소년 동구의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나는 이런 동구보다도 못한 어른인 것 같아 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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