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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훔치는 자는 1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소라 카케루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7월
평점 :

'책의 마을'로 유명한 요무나가 마을에 사는 여고생 미쿠라 미후유는 전국에 이름난 서적 수집가인 증조 할아버지를 두었으며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거대 서고 '미쿠라관'을 관리하는 아버지 슬하에서 자랐다. 책과 인연이 깊은 가문에서 자랐으니 모두들 미후유가 책을 매우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미후유는 책을 좋아하지 않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미후유는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 대신 미쿠라관에 갔다가 책 도둑이 남긴 메모를 발견하게 된다. 메모에는 '이 책을 훔치는 자는, 마술적 사실주의의 깃발에 쫓기리라'라는 수수께끼 같은 문장이 쓰여 있는데...
소라 카케루의 만화 <이 책을 훔치는 자는>은 후카미도리 노와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후카미도리 노와키라는 이름이 눈에 익다 싶어서 찾아보니 몇 년 전에 읽은 <전쟁터의 요리사들>을 썼다고 해서 '역시!' 싶었다.) 이 작품은 책 또는 문서에 관한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과정을 그리는 '비블리오 미스터리' 장르에 속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전작인 <전쟁터의 요리사들>보다는 일본의 대표적인 비블리오 미스터리 소설인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과 유사하다. 차이점은 특정 작품이나 작가가 아닌 마술적 사실주의, 하드보일드 추리소설, 스팀펑크, 호러 등 장르를 소재로 삼는다는 점이다.
만화 <이 책을 훔치는 자는> 1권에서 주인공 미후유는 라틴아메리카에서 크게 융성한 환상 문학의 한 갈래인 마술적 사실주의의 세계를 체험하기도 하고, 주로 미국에서 발전한 마초적인 남성 탐정이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세계를 체험하기도 한다. 그렇게 이전까지 안일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미후유가 여러 가지 색다른 필터를 통해 기존의 일상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면서 책의 가치와 독서의 재미를 발견해 가는 과정이 감동적이고 흥미진진하다. 2권은 물론이고 원작 소설도 읽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