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 런치의 앗코짱 앗코짱 시리즈 1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23세 여성 사와다 미치코는 전문대 졸업 후 도쿄에 있는 작은 출판사에 영업 보조로 취직했다. 미치코는 주로 혼자서 밥을 먹는데, 정사원은 파견 나온 영업 보조와 밥을 먹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영업부 정사원은 한 명 빼고 전부 남성이라서 같이 밥을 먹기가 껄끄럽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느 날 미치코가 언제나처럼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고 있을 때, 영업부의 유일한 여성 정사원인 구로카와 아쓰코, 일명 '앗코 여사'가 다가와 말을 건다. "다음주 일주일 동안 내 도시락을 싸주지 않겠어? 물론 사례는 할 거야. 내 일주일 점심 코스와 바꾸기 놀이를 하자고."


반찬이라고는 톳과 고기 감자 조림과 콩자반 정도인 자신의 도시락을 직장상사가 먹는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앗코 여사의 큰 키와 진지한 목소리, 카리스마 넘치는 태도에 기가 죽은 미치코는 그러겠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그 다음 주부터 시작된 도시락 셔틀, 아니고 도시락 바꾸기 놀이의 내용은 상상 이상이다. 앗코 여사는 미치코가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자신이 먹는 대가로 매일 1천 엔 짜리 지폐와 그 날의 미션이 적힌 쪽지를 건넨다. 월요일엔 회사 근처 식당에서 파는 카레, 화요일엔 가벼운 조깅 후 샌드위치와 스무디... 이런 식으로 날마다 다른 미션이 미치코의 하루를 바꾸고 인생을 변화시킨다.


유즈키 아사코의 소설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는 출간 직후 일본에 '앗코짱 신드롬'을 일으킨 화제작이다. 제목만 보고 갑질하는 직장상사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갑질은커녕 '나도 이런 인생 선배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한 직장상사의 이야기라서 놀랐다. 


사실 앗코 여사가 미치코에게 주는 가르침은 그 자체로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미치코처럼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도시락을 혼자 먹는 사람의 인생은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 때로는 회사 근처에 줄서서 먹는 식당에 가보기도 하고, 일부러 운동 삼아 먼 곳까지 가보기도 하고, 직장 내의 다른 사람에게 같이 점심 먹자고 말이라도 걸어봐야 뭐라도 변화가 생긴다. 매일 다른 장소에서 다른 메뉴를 먹는 일은 앗코 여사 자신에게도 힘이 부치는 일인지, 앗코 여사는 이를 루틴화했다. 월요일엔 외식, 화요일엔 운동, 수요일엔 서점, 목요일엔 상사와 약속... 이런 식으로 각자 자신에게 맞는 점심 루틴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작은 회사에 다닌다고, 파견 사원이라고 해서 자기 자신을 미약하고 무력한 존재로 생각하지 말라는 메시지도 좋았다. 이제는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정년까지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실제로 앗코 여사와 미치코가 다니던 작은 출판사도 결국 망해서, 앗코 여사는 자기 사업을 시작하고 미치코는 다른 회사로 옮긴다. 마지막에 실린 단편 <여유 넘치는 비어 가든>의 주인공 사사키 레미는 종합 IT 상사 시절 창사 이후 가장 '써먹을 데 없는' 사원이라는 구박을 받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자영업자로 변신하며 180도 다른 인생을 산다. 결국 별 볼 일 없는 인생의 반전을 만들어 내는 건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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