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쿠쿠 랜드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2세기.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우주를 항해 중인 우주선 아르고스 호에 타고 있는 소녀 콘스턴스는 약 일 년 전에 헤어진 아빠의 책상 위에 있던 책 <클라우드 쿠쿠 랜드>의 원고를 읽는다. <클라우드 쿠쿠 랜드>는 서기 1세기 말경 안토니우스 디오게네스라는 작가가 어느 무덤에서 발견한 서판에 적혀 있는 이야기를 다시 쓴 것으로, 무덤의 주인으로 알려진 양치기 아이톤은 클라우드 쿠쿠 랜드라는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을 찾아 모험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당나귀, 물고기, 까마귀로 변신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2020년 2월. 미국 아이다호주 레이크포트에 사는 80대 노인 지노 니니스는 5학년 학생 다섯 명을 데리고 공공 도서관으로 향한다. 내일 밤 연극 <클라우드 쿠쿠 랜드>를 공연할 예정인 이들은 연습에 매진하던 중 갑자기 들려온 총성에 의해 얼어 붙는다. 15세기 중엽의 콘스탄티노플. 부모님을 여의고 언니 마리아와 함께 자수 일을 배우며 지내고 있는 안나는 리키니우스 노인에게 글자 읽는 법을 배운다. 안나는 우연히 발견한 폐허가 된 수도원에서 한 무더기의 책들을 발견하고 그 책들을 팔아서 돈을 번다. 그렇게 안나의 손에 들어 간 책 중에 <클라우드 쿠쿠 랜드>가 있었는데... 


2015년 퓰리처상 수상작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의 작가 앤서니 도어가 2021년에 발표한 장편 소설 <클라우드 쿠쿠 랜드>는 수천 년에 걸쳐 각기 다른 시공간을 산 다섯 명의 인물이 <클라우드 쿠쿠 랜드>라는 책과의 만남을 계기로 인생이 바뀌는 과정을 그린다. 콘스턴스와 지노, 안나 외의 주요 등장인물로는 시모어와 오메이르가 있다. 시모어는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훨씬 예민한 감각 때문에 괴로움을 겪다가 급기야 공공 도서관에서 테러 사건을 벌인다. 오메이르는 얼굴의 장애 때문에 오랫동안 외톨이로 지내다 안나를 만나면서 영혼의 안정을 얻게 된다.


처음에 이 소설을 읽을 때에는 다루는 시공간이 장대한 데다가 구성도 복잡해서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각기 다른 시공간에 속한 이들이 결국 <클라우드 쿠쿠 랜드>라는 책 한 권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이 책을 통해 외부에서 가해지는 고통이나 내면의 외로움, 결핍 등을 이겨내는 모습을 본 이후로는 그 어떤 책보다 푹 빠져서 읽을 수 있었다. 한 권의 책이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 넘어 여러 사람에게 용기와 감동을 주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앤서니 도어의 대표작인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의 메시지와 통하는 면이 없지 않다. 아직 안 읽었다면 함께 읽어보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