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의 대각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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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에 살고 있는 니콜은 혼자 있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어느 날 니콜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그 벌로 아빠가 운영하는 목장으로 가게 된다. 목장에서 또 다시 사고를 친 니콜에게 아빠는 체스를 알려준다. 미국에 살고 있는 모니카는 많은 사람들 속에 있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모니카에게 엄마는 체스를 알려준다. 두 소녀 모두 빠른 속도로 체스 기술을 습득해 주니어 대회를 석권하고 자국 대표가 된다.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세계 대회에서 맞붙게 된 니콜과 모니카는 각자 정반대의 전략으로 서로의 인생을 옭아매는 첫 대결을 펼치는데...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장편소설 <퀸의 대각선>은 체스 신동인 두 소녀의 운명적인 대결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체스 신동 소녀가 주인공이라서 넷플릭스 드라마로도 제작된 월터 테비스의 소설 <퀸스 갬빗>과 비슷한 줄거리일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비범한 재능을 지닌 두 여성이 국제 정치 무대를 배경으로 개인적인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BBC 아메리카 드라마로 제작된 루크 젠닝스의 소설 <코드네임 빌라넬>(드라마 제목은 <킬링 이브>)와 더욱 비슷하다고 느꼈다. 


주인공인 니콜과 모니카는 각각 집단주의와 개인주의를 대변한다. 이름부터 '승리하는 민중'을 뜻하는 니콜은 혼자가 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오토포비아(autophobia)' 증세를 보인다. 반대로 이름부터 '혼자'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monos'에서 유래한 모니카는 군중을 두려워하는 '안트로포비아(anthrophobia)' 증세를 보인다. 니콜은 체스를 둘 때에도 가장 약하지만 개수는 가장 많은 폰을 선호하는 반면, 모니카는 가장 강력한 퀸의 단독 플레이를 선호한다. 소설 초반에 각국을 대표하는 체스 선수로서 맞붙었던 니콜과 모니카는 이후 아일랜드 IRA 대(對) 영국 MI5, 소련 KGB 대(對) 미국 CIA의 일원으로서 조금도 양보할 수 없는 대결을 펼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초등학교 때부터 읽었는데, 이 소설이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어릴 때부터 개인적인 대결을 벌이고 있는 두 주인공이 배후에서 국제 정치를 조종하며 세계 역사를 바꾸는 전개가 무리하게 느껴지는 감이 없지 않지만, 주로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체스와 국제 정치의 주체를 여성으로 설정한 점과 이들을 각각 20세기를 두 번의 세계 대전과 냉전의 광풍으로 몰아넣은 사상적 갈등의 핵심인 집단주의와 개인주의를 상징하는 인물로 배치한 점이 무척 흥미롭다. 중간에 이순신 장군 이야기가 나와서 한국인 독자로서 매우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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