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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 축일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4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1139년 여름. 영국 슈루즈베리에 위치한 베네딕토회 소속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의 수사들은 성 베드로의 탈옥 축일을 기념해 열리는 축일장 준비로 바쁘다. 이 축일장은 성 베드로의 이름을 내건 수도원 입장에서 종교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는 동시에 수익 사업으로서도 대단히 중요한 행사다. 그런데 축일장 이틀 전 제프리 코비저 시장을 비롯한 상인들이 새로 부임한 라둘푸스 수도원장을 찾아와 축일장 수익의 1할을 요구하면서 분위기가 험해진다. 이 와중에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브리스틀에서 온 대상인 토머스가 알몸의 시체로 발견되고, 시장의 아들 필립 코비저가 범인으로 지목되면서 문제가 점점 심각해진다.
영국의 추리 소설 작가 엘리스 피터스의 대표작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제4편 <성 베드로 축일>은 제목 그대로 성 베드로 축일 기간 동안 벌어진 살인 사건과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다. 사건의 발단인 수도원과 시장 상인들 간의 대립은 지난 2,3편에서 다루어진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간에 벌어진 내전의 후유증으로 볼 수 있다. 내전 기간 동안 슈루즈베리 성은 한 달 이상 포위 공격을 당하고 95명이 참수 당하는 끔찍한 일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성벽과 도로가 크게 파손되고 상인들의 수입이 크게 줄었으니 수도원도 부담을 함께 지자는 것인데, 라둘푸스 수도원장은 이를 거부한다.
도입부만 보면 정치 이야기, 돈 이야기인 것 같은데 결국 사랑 이야기로 변하는 것이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특징이다. 축일장 전날 현지인들과 외부에서 온 상인들 간에 싸움이 났는데, 이 과정에서 토머스가 필립을 지팡이로 내리쳐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날 밤 토머스가 시체로 발견되고 사람들이 토머스에게 원한이 있는 필립을 범인으로 지목하면서 필립은 유력 용의자가 되는데, 토머스가 친딸처럼 애지중지하는 조카 에마 버놀드가 필립의 편을 들면서 사건 수사는 점점 더 미궁으로 빠진다. 이제까지 그랬듯이 이번에도 연인들의 편인 캐드펠 수사는 에마와 함께 필립의 구명을 위해 나선다.
<성 베드로 축일>에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정황상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필립이 가장 범인 같지 않고, 가장 용의자 같지 않았던 에마가 점점 더 범인 같아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1,2,3편에도 에마처럼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자칫하면 자신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살인 사건 수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했지만, 범인 찾기의 핵심적인 단서를 여성 캐릭터 자신이 쥐고 있는 것은 에마가 처음이다. 3권에서 활약했던 휴 베링어가 이번에도 캐드펠 수사를 도와 큰 활약을 펼치고, 캐드펠 수사의 조수인 마크 수사가 소년티를 벗고 현명한 청년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