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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더하면
은모든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평점 :
기후 위기가 심화되고 식량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가족 관계에도 변화가 생긴 2040년대. 부모로부터 독립해 혼자서 살고 있는 이심은 더 이상 '독신세'를 내지 않기 위해 자신을 받아줄 '집합가족'을 찾으러 '무도회'에 간다. 막상 무도회장에 가보니 가정의학과 의사인 이심을 탐내는 가족은 많은데, 정작 이심의 마음에 드는 가족이 없다. 가족이 된다는 건 그저 한 집에 같이 산다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니라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정신적 공동체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가족 구성원의 직업과 경제력은 물론 정치 성향, 문화적 소양, 인성 등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모든 작가의 소설 <한 사람을 더하면>은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을 가정한 SF 소설이지만 그 내용은 너무나 현실적이다. 지금도 진행 중인 기후 위기가 가속화되면 식량 공급이 줄어들어 식량 자원을 둘러싼 갈등이 심해질 것이다. 정치적 우경화가 심화되어 의료 민영화가 실시되면 의료 서비스와 약의 가격이 상승해 아파도 병원에 못 가는 계층이 늘어날 것이다. 임신, 출산, 육아에 따르는 비용이 지금보다 증가하면 기존 가족 제도가 붕괴되는 건 시간문제다. 가짜 뉴스가 판을 칠수록 진짜 뉴스의 가격이 상승해 시민들의 언론 접근성이 줄어들고 민주주의가 망가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 이심은 점점 더 높아지는 독신세를 더 이상 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결합가족을 찾기 시작한다. 결합가족은 혈연 또는 혼인 관계가 아닌 사람들이 법적, 사회적 구속력을 가지는 일종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인데, 몇 년 전부터 논의되고 있는 생활동반자법의 확장된 형태처럼 보인다. 이심은 무도회장에서 만난 한 가족을 후보로 올리고 그들과 여러 번 만나면서 결합 가능성을 따져보는데 좀처럼 흔쾌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심이나 가족 구성원에게 문제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다른 사람과 가족이 되는 행위 자체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들을 감당할 여력이 있는지 이심 자신이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생 한 명 한 명은 착해도 이들을 한 교실에 모아 놓으면 난장판이 되는 것처럼, 아무리 좋은 개인도 다른 개인과 만나면 없던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 이러한 리스크를 기꺼이 감당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주체가 정부인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작은 정부를 원하고 리스크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다면 개인과 개인의 결합은 점점 더 줄어들고 결국에는 사회 전체가 무너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이 소설 속의 상황과 비슷한 상황이 현실에서 벌어지지 않게 하려면 지금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할 텐데, 한국의 미래를 비관하는 나로서는 소설 속의 상황이 차라리 유토피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