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길 잘했어
김원우 지음 / 래빗홀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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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산하의 연구소에서 팀장으로 재직 중인 '나'는 대학 시절 문학 동아리에서 만나 친하게 지냈던 친구 윤수의 부고 문자를 받고 장례식장으로 향한다. 영원히 살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동갑인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기분이 착잡하고 암울한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다. 그런 '나'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온다. 전화를 건 사람은 1년 전 입사한 '천재' 직원 안미래. 타임머신을 개발한다기에 반쯤 의심하고 반쯤 포기하는 마음으로 승인을 해줬는데 정말로 그럴 듯한 타임머신을 개발했다. 실험 대상이 필요하다고 해서 설마 하는 마음으로 응했는데 과연 그 결과는...?


<좋아하길 잘했어>는 2022년 문윤성SF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자인 김원우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이 책에는 세 편의 중편소설이 실려 있다. 첫 번째 소설 <당기는 빛>은 타임머신을 이용한 시간 여행의 가능성을 그린다. 주인공 '나'는 어느 모로 보나 평범한 직장인이다. 대학 시절에는 문학 동아리에서 활동할 만큼 꿈도 있고 열정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문학도들이 그렇듯이 문학적인 재능이 열정에 미치지 못한다는 걸 깨닫고 취업으로 진로를 변경했다. 문학 동아리에서 비슷한 꿈을 꿨던 친구들도 비슷하게 꿈을 포기하거나 미루고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고, 바쁘다는 핑계로 서로 연락을 덜 하게 되면서 관계가 소원해졌다.


친구의 부고 문자를 받고 장례식장으로 향할 때의 '나'의 기분은 여러모로 착잡했다. 친구가 죽었다면 나도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공포심이 들기도 했고, 이렇게 빨리 세상을 떠날 줄 알았다면 친구에게 더 자주 연락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들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는 '천재' 신입 직원 안미래가 등장하면서 급 전환된다. 똑똑한 연구원들이 모여 있는 연구소 내에서도 천재 소리를 듣는 안미래는 자칭 '양자 얽힘을 이용한 두뇌 동기화식 타임머신'이라는 걸 개발한다. '나'는 이런 타임머신을 개발 가능한지, 개발한들 어떤 용도로 사용 가능한지 회의적인 입장이었지만, 어떤 사건을 통해 안미래의 타임머신이 절망의 상황에서 움켜쥘 수 있는 단 하나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어지는 중편 <내부 유령>은 신경과학을 전공하고 사기꾼이 된 '나'가 교도소 복역 후 어떤 기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이 프로젝트는 초능력이 있다는 것이 드러나 국가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한 소녀를 구출하는 것인데, 과연 '나'는 성공할 수 있을까. 마지막 중편 <좋아하길 잘했어>는 수현의 반려견 복실이가 반려동물이 살기에 최적인 행성으로 이주하게 되면서 이별을 맞게 된 이야기를 그린다. 타임머신, 초능력, 외계인 등 비현실적인 소재가 등장하지만, 세 편 모두 바로 지금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을 법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현실적이라서 몰입이 잘 되고 감동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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