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양의 섬
샤론 볼턴 지음, 김진석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셰틀랜드 제도는 영국 스코틀랜드 북동쪽에 위치한 100여 개의 섬을 일컫는 명칭이다. 인구도 적고, 오랫동안 사용해 온 언어도 영어와 달랐던 이 지역은 1970년 북해 유전이 발견되기 전까지 영국인들의 관심 밖이었다. 영국의 소설가 샤론 볼턴의 데뷔작 <희생양의 섬>은 바로 이 셰틀랜드 제도를 배경으로 한다.


런던의 산부인과 의사인 토라는 셰틀랜드 제도 출신인 남편을 따라 셰틀랜드 제도로 이사한다. 낯선 직장과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던 토라는 어느 날 집 앞마당을 파다가 심장이 없는 여자 시체 한 구를 발견한다. 곧바로 경찰을 불러 감식한 결과, 죽은 여성은 죽기 얼마 전에 출산을 한 흔적이 있으며, 등 뒤에는 수수께끼의 고대 문자 세 개가 문신으로 새겨져 있었다. 경찰은 최초 발견자인 토라를 위로하며 더 이상 사건에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집 앞마당에서 벌어진 일인 데다가 산부인과 의사로서 산모에게 벌어진 끔찍한 일을 외면할 수 없다는 책임감에 토라는 경찰 몰래 사건을 조사한다.


토라는 산부인과 의사로서의 지식과 접근 가능한 정보를 활용해 사건에 대해 알아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토라가 알게 되는 정보는 경찰이 알려주는 정보와 조금씩 달랐다. 토라가 문제를 제기하자 경찰은 토라가 더 이상 조사에 관여하지 못하게 막고, 심지어 토라의 남편과 상사도 경찰의 편을 든다. 그러자 토라는 순순히 조사를 관두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을 방해하는 인물들이 모두 셰틀랜드 출신 남성인 점에 착안해 사건의 배후에 셰틀랜드의 숨겨진 역사와 남성 연대의 음모가 있으리라 추측하고 조사에 박차를 가한다.


이 소설은 최근에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를 발표한 정세랑 소설가가 좋아하는 추리 소설가로 샤론 볼턴을 들어서 구입하게 되었다. 정세랑 작가의 추천작은 <뱀이 깨어나는 마을>이었지만 나는 이 소설도 무척 좋았다. 일단 셰틀랜드 제도라는 배경이 신선하고, 낯선 환경에서 외부인 취급 받으며 겉도는 여성이 내부의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라는 점도 공감을 자극했다. 이 소설은 또한 여성들의 연대로 남성들의 연대를 무너뜨리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주인공 토라 말고도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더 등장하는데, 이들이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고 서로 힘을 합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