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콜리아 I-II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1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853년 독일 뒤셀도르프. 화가가 되기 위한 미술 교육을 받으러 노르웨이에서 온 청년 라스 헤르테르비그는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함께 교육을 받는 동료들은 외국에서 온 그를 따돌리고,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줄 알았던 하숙집 딸은 엄마와 삼촌의 반대를 핑계로 자신을 멀리한다. 그렇다면 한 눈 팔지 않고 공부에만 전념하면 좋으련만, 라스는 예술 아카데미의 교수 한스 구데와 만날 약속을 잡았으나 막상 약속 시간이 가까워오자 만남을 피하고만 싶다. 이와중에 눈에는 보여선 안 되는 것이 보여서 자꾸만 시야를 방해하고 정신을 어지럽힌다. 라스는 대체 왜 이러는 걸까.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의 <멜랑콜리아 I-II>는 19세기 말에 실존한 노르웨이의 풍경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의 일대기를 그린다. 소설은 라스의 정신 상태를 묘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라스는 사람들이 자신을 배척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하숙집 딸 헬레네가 삼촌과 부정한 관계를 맺고 있다느니, 술집의 웨이트리스가 자신을 유혹했다느니 하는 말들로 점점 더 곤경에 처한다. 급기야 희고 검은 천이 자신의 주위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착란 혹은 환상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린다. 결국 라스는 정신병원으로 옮겨진다.


여기까지가 I부의 줄거리이고, II부는 라스의 누이 올리네의 관점으로 서술된다. 이미 가족의 대부분을 먼저 떠나보내고 자신마저 치매를 앓는 노인이 된 울리네는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라스의 모습과 음성 등을 떠올리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삶과 죽음, 죽음과 삶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 놓인 인물의 심리 상태를 섬세하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욘 포세의 또 다른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이 떠오르기도 했다. 소설을 다 읽은 후에야 표지 그림이 라스 헤르테르비그가 자신의 고향 풍경을 직접 그린 그림 <보르그외위섬>이라는 걸 알았다. 완독하기가 쉽지 않은 소설이었는데 그림을 보니 다시 읽고 싶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