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즐거운 육아 일기 위픽
오한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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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인 '나'는 비트코인 폭락으로 전 재산을 날리고 자양동에서 고덕동으로 이사한다. 남편(이 아니라 비트코인)을 믿고 퇴사를 감행했던 아내 '진진'은 경주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에 경력직으로 취업해 두 사람은 갑자기 주말 부부가 된다. 졸지에 '나'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주동'을 독박 육아하는 신세가 되고, 아들이 유치원에 있는 동안 뭐라도 써서 돈을 벌라는 아내의 말에 '나'는 다양한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괴담을 창작하는 일을 하게 된다. 


그런데 우연히 시작한 괴담 콘텐츠 창작 일이 의외로 잘 풀리면서, '나'는 본업인 소설가 일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생각 끝에 '나'는 의뢰받은 일은 무엇이든 다 해준다는 심부름꾼 소년 'sb'를 고용해 그에게 이런저런 일거리를 맡기게 된다. 처음에는 저자 사인본에 대신 사인 해주기 같은 단순 업무를 주로 맡겼는데, sb가 일을 워낙 잘해서 점차 다양한 일을 시키고, 급기야 '나'에게 있어 삶의 낙이라고 할 수 있는 일까지 sb가 대신하며 '나'는 존재의 위기를 맞는다. 


오한기의 소설 <나의 즐거운 육아 일기>는 허구이지만 실화처럼 읽히는 작품이다. 일단 소설의 주인공 '나' 또한 소설가이며, 소설에 나오는 '나'의 소설들(<인간만세>, <산책하기 좋은 날>)은 오한기 작가의 실제 작품 제목이기도 하다. 오한기 작가 역시 육아와 소설 쓰기를 병행한다. 작가 후기에 올림픽 공원과 송파 둘레길을 자주 걷는다고 쓰여 있는 걸 보면 고덕동 주민인 것도 일치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실제로 심부름꾼 소년을 고용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한기 작가는 전부터 현실과 환상, 실제와 허구가 뒤섞인 작품을 주로 선보이는 '후장 사실주의' 작가 그룹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이 소설이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살기 위해 하는 노동 때문에 살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초상이 실감 나게 그려져 있는 점이다. 그래서 읽는 동안에는 유쾌했으나 다 읽은 후에는 씁쓸했다. (웃다가 생각해 보니 웃을 일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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