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 색다른 도쿄 여행을 원한다면

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 - 일상인의 시선을 따라가는 작은 여행, 특별한 발견
이예은 지음 / 세나북스 / 2023년 9월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도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이 드라마의 배경은 주인공 에노가시라 고로의 집과 직장이 위치한 도쿄인데, 종종 도쿄 근교로 외근을 나간 고로가 현지에서 직접 찾은 식당에서 현지 음식을 맛보는 경우가 있다. 그때마다 도쿄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나 분위기가 신선하기도 하고, 도쿄에선 찾을 수 없는 그 동네만의 맛과 멋이 뭘까 궁금하기도 하다. 

이예은 작가의 <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는 나처럼 도쿄만큼이나 도쿄 근교가 궁금한 여행자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2015년 도쿄 소재의 대학원에 입학하며 본격적인 일본 생활을 시작했다. 팬데믹 기간에 일본 여행사에서 근무한 경험담을 브런치에 연재해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을 받고 책 <콜센터의 말>을 출간했다. 저자는 현재도 일본에 거주 중이며, 일본을 잠깐 들르는 여행자의 시선이 아닌 일본에서 생활하는 일상인의 시각이 담긴 글과 책을 집필하고 있다. 

저자는 지난 수년간 한 달에 한 번꼴로 전철과 버스를 타고 도쿄 근교 도시를 찾았다. 도쿄는 그 자체로 대도시이지만, 가나가와, 도치기, 시즈오카, 사이타마, 야마나시, 치바 등 주변에 큰 지역이 많고 그만큼 가볼 곳도 많다. 교통편도 잘 되어 있어서 뚜벅이 여행자도 전철 또는 기차, 버스 등으로 편하게 여행할 수 있다. 저자는 그중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긴 스무 곳을 추려서 이 책에 소개한다. 

저자는 신사나 절보다는 공원과 미술관을, 세련된 카페와 베이커리보다는 정겨운 노포와 선술집을 선호한다. 미디어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한 곳이나 SNS에서 화제가 된 곳보다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장소를 직접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다행히 도쿄 근교에는 저자의 취향을 만족하는 명소나 식당이 많았다. 관광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한적한 골목에 자리 잡은 오래된 동네 식당에서 시라스동이나 오뎅 같은 현지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일본의 문화 콘텐츠를 좋아한다면 조금만 발품을 더 팔아서 영화, 드라마 촬영지나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된 지역을 찾아가 보는 것도 좋다. 하코네는 온천으로 유명하지만, 저자에게는 학창 시절에 재밌게 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배경으로 기억되는 지역이다. 어릴 때 본 애니메이션에 나온 장소를 실제로 보는 것도 신기한데, 기간 한정으로 전시 중인 약 2M 높이의 에반게리온 초호기 피규어를 보았을 때는 얼마나 감동적이었을까. 상상만 해도 흥분된다. 

저자가 획일화된 도시 경관에 싫증 날 때 종종 들르는 곳은 가와고에다. 가와고에는 한국인 여행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일본인들에게는 매우 인기 있는 여행지다. '작은 에도'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에도 시대의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책에는 여행지에 얽힌 추억과 함께 직접 여행지에 찾아가 보고 싶은 독자를 위한 교통편, 산책 팁과 관광지, 식당 정보 등이 실려 있다. 언젠가 이 책을 들고 도쿄 근교 여행을 꼭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