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업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8
강화길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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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섯 살 싱글인 지수는 자취를 하다가 전세 사기를 당한 후 엄마 집에 얹혀 살고 있다. 지수는 오래 전부터 밤마다 악몽을 꿨다. 꿈에는 중학교 때 지수를 때린 선생님, 지수의 전 재산을 들고 사라진 집 주인, 헤어진 전 남자친구 등이 나온다. 그리고 지수의 엄마와 여동생 미수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지수에게 가족은 엄마와 여동생뿐이다. 지수는 자신의 가족을 사랑하지만, 엄마와 여동생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이 늦된 지수와 달리 동생 미수는 모든 것을 제때에 완벽하게 해냈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대기업에 취직하고, 언니보다 먼저 결혼해 안정적인 가정을 이뤘다. 엄마는 그런 미수를 더 예뻐하는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사는 동안 내내 엄마와 여동생에게 한심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살아온 지수는 전부터 지켜본 여자를 따라 갔다가 그 여자가 다니는 헬스클럽에 등록하고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한다. 그 운동이 지수의 인생을 조금씩 바꾸는데... 


강화길 작가의 소설 <풀업>은 'K-장녀'에 대한 고정관념 또는 편견을 깨는 내용이다. K-장녀 하면 보통 맏딸로서 부모를 챙기고 동생들을 돌보는 일을 도맡아 하다 보니 또래보다 어른스럽고 똑부러지며 책임감이 강하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이 소설의 K-장녀 지수는 또래보다 늦될 뿐 아니라 동생보다도 부모에게 미더운 존재가 못 된다. 지수는 그런 자신을 책망하며 더 깊은 우울감과 무기력감에 빠지는데, 그런 악순환을 끊는 것이 바로 운동이다.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지수는 난생 처음 헬스클럽에 등록해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으며 몸만 단단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단단해진다. 예전에는 엄마와 여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꾹 참고 상황을 모면하는 일에 급급했는데, 운동을 시작한 후로는 남들이 자신을 무시하게 내버려 두지 않고 할 말이 생기면 꼭 한다. 그런 지수의 변화를 놀라워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과 보람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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