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없는 여자와 도시 비비언 고닉 선집 2
비비언 고닉 지음, 박경선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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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비평가, 저널리스트, 에세이스트 비비언 고닉의 에세이집이다. 저자가 뉴욕에 사는 싱글 여성이고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논한다는 점에서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이 책은 섹스보다는 '시티'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대학생 때 <섹스 앤 더 시티>를 정말 열심히 봤는데, 그 때 그것 말고 비비언 고닉 같은 작가들의 책을 읽었다면 내 인생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후회)이 든다. 


'시티'의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남자 이야기가 없지는 않다. 저자는 두 번 결혼하고 두 번 이혼했다. 1935년생인 저자는 당시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랬듯 여자라면 반드시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해야 하는 줄 알았고, 그것이 (여자) 인생 최대의 과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첫 번째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남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두 번째 결혼을 그만두면서 애초에 결혼이 자신과 안 맞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그 후에도 여전히 괜찮은 남자를 만나고 싶고, 운명이라고 느낄 만큼 뜨거운 사랑을 하고 싶고, 어떤 여자들처럼 성공적으로 결혼 생활을 해보고 싶은 마음을 버리지 못해서 괴로웠다. 그러다 1970년대에 우연인 듯 필연처럼 페미니즘을 만났고, 당시 뉴욕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페미니즘 운동가들과 어울리면서 자신이 그동안 숱한 연애와 두 번의 결혼에 만족하지 못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에게 잘 맞는 남자를 찾기 전에 '나'부터 알아야 한다는 걸 몰랐던 것이다. 


여자들이 나를 모르고 남자부터 찾는 오류를 범하는 일은 아주 흔했다. "대학에서 사귄 친구들은 문학소녀들이었다. 다들 자기 자신을 조지 엘리엇의 도러시아 브룩 아니면 헨리 제임스의 이자벨 아처와 동일시했다. 도러시아는 탁상공론가를 지적이라고 착각한 인물이었고, 이저벨은 음흉한 오스먼드를 교양 있는 남자로 본 인물이었다." (67쪽) 저자의 친구들이 좋은 남자를 분별하지 못한 것도 안타깝지만, 성별 이분법에 갇혀 문학소녀이면서도 스스로 문학가가 될 생각을 하지 못한 점도 답답하다. 


나를 모르고 사는 일은 평생의 장애가 된다. 저자는 안데르센의 동화 <공주와 완두콩>에서 "공주가 그동안 찾아다닌 건 왕자가 아니라 완두콩이었다."라고 말한다. "스무 겹 매트리스 밑에 깔린 완두콩의 존재를 느끼는 순간, 바로 그때가 정의를 내리는 순간이다. 지금껏 이 길을 걸어온 이유, 거기서 확인하게 된 사실 -불경스런 불만이 삶을 끝없이 가로막으리라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여정의 의미임을." (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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