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
로런 그로프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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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다가 포기했던 책인데 최근에 로런 그로프의 <매트릭스>를 읽고 로런 그로프의 이전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어져서 다시 읽었다. 근데 예전에 읽다가 포기했던 책 맞아?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었다. (그동안 나에게 무슨 변화가 있었던 걸까...) 이거 다음에 <운명과 분노> 읽을 건데(이 책도 읽다가 포기했었음) 이 책도 좋기를. 


<아르카디아>는 1970년대 미국의 히피 대안 공동체가 배경이다. 히피인 부모 슬하에서 태어난 소년 비트는 자신의 가족이 속한 공동체인 아르카디아 이외의 삶을 모른다. 아르카디아 사람들은 함께 일하고 함께 먹고 함께 자며, 채식을 하고 애완 동물을 금지한다. 이런 생활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도 있었지만 비트는 대체로 만족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공동체에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고 결국 비트가 어른이 되기 전에 공동체가 무너지고 만다. 


소설의 후반부는 공동체를 떠나 뉴욕에 살면서 도시 문명에 적응하는 비트의 이야기가 나온다. 비트는 뉴욕에서 사진 작가로 일하고, 첫사랑과 결혼해 딸 하나를 얻는다. 하지만 사진은 그의 인생의 전부가 되지 못하고, 첫사랑은 그의 곁을 떠난다. 노쇠와 실연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현재의 삶이 버거워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은 누구에게나 가능하지 않다. 비트는 어머니의 간병을 위해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 아르카디아로 돌아가는데, 그곳엔 예전에 함께 살았던 사람들은 없지만 그를 품어주었던 자연은 여전히 있다. 


비트가 아르카디아로 돌아갈 즈음, 전 세계적으로 SARI라는 전염병이 유행해 수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고 심하게는 목숨을 잃는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이 소설을 읽었다면 작가의 상상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 이 소설을 읽으니 작가가 대단한 예언자처럼 느껴진다(실제로는 2002-3년에 유행한 SARS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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