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일곱 조각
은모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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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전체의 길이가 짧기도 하지만, 형식이 워낙 신선하고 내용도 좋아서 구입 이후 여러 번 읽었다. 총 일곱 편의 소설이 담긴 연작 소설집인데, 모든 소설의 주인공이 30대 여자 친구 세 명(성지, 민주, 은하)이고, 각각의 단편이 분리된 듯 보이지만 연결되어 있는 평행 우주라는 설정이다. (작가 후기에 따르면 미나시타 기류와 우에노 지즈코 대담집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에서 어떤 문장을 읽고 이 소설을 집필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첫 번째 단편에서 성지는 로맨스 드라마의 악녀 아니면 아침 드라마의 젊은 엄마 역할을 주로 맡는 조연 배우다. 민주는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이고, 은하는 교사이며 결혼을 앞두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세 사람은 그동안의 안부를 나누며 각자의 신세를 한탄한다. 성지는 배우 인생 중에 한 번이라도 주연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고, 민주는 일과 육아를 양립하는 게 힘에 부친다. 은하는 자신을 괴롭히는 원가족에서 벗어나기 위해 바람 핀 남자와 결혼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 


이어지는 두 번째 단편, 세 번째 단편... 일곱 번째 단편에서 이들의 삶은 조금씩 변화한다. 성지는 배우 아닌 직업을 가져보기도 하고, 마침내 주연 배우가 되어 보기도 하고, 아이돌 가수를 하기도 한다. 민주는 아이 없이 살아보기도 하고, 여자와 사귀어 보기도 한다. 은하는 자신을 괴롭히는 가족과 연을 끊어보기도 하고, 상담을 받아보기도 한다(가장 좋아 보였던 삶은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엄마가 이혼을 택한 삶이었다.) 


이런 식으로 동일한 조건을 가진 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인생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내 인생도 나의 선택에 따라서 바꿀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다른 세계에서는 거절을 잘 못해서 고생했던 은하가 어떤 세계에서 거절하는 연습을 하면서 전보다 나은 삶을 살게 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갈등에 맞서는 사람만이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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