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민트 창비청소년문학 112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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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온유 작가의 첫 번째 장편 소설 <유원>도 너무 좋았는데 두 번째 장편 소설 <페퍼민트>도 너무 좋았다. 세 번째 장편 소설 <경우 없는 세계>가 책장에 꽂혀 있는데, 읽고 있는 책이 많아서 당장은 못 읽지만 조만간 읽고 싶고, 읽게 될 날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페퍼민트>의 설정은 <유원>의 그것 못지 않게 지독하다. 주인공은 열아홉 살 고등학생 시안. 6년 전 쓰러져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는 엄마를 간병하느라 학교 생활도 제대로 못 한다. 그런 시안이 어느 날 우연히 해원의 오빠 해일과 마주친다. 6년 전까지 시안과 해일, 해원은 이웃 사이지만 친남매처럼 가깝게 지냈다. 그러다 어떤 사건으로 인해 시안의 가족과 해원의 가족이 피해자-가해자 사이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고, 해원은 이름까지 바꾸며 과거를 지웠다. 


6년 만에 다시 만난 시안과 해일, 해원은 예전처럼 잘 지내는 듯 보인다. 특히 동갑내기인 시안과 해원은 여느 평범한 여자 고등학생들처럼 학업 스트레스를 토로하고 남자친구의 험담을 하며 언제 떨어져 있었냐는 듯이 과거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시안은 자신의 어머니가 6년째 식물인간 상태이며, 자신은 어머니를 돌보느라 대학 입시는커녕 학교 생활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좀처럼 털어놓지 못한다. 아니, 그럴 수가 없다. 유일한 친구인 해원마저 자신의 곁을 떠나면, 앞이 보이지 않는 자신의 삶이 더욱 어두워질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설의 중심 인물이 어떤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점에서 <페퍼민트>가 <유원>과 유사한데, <유원>은 피해자와 (가해자와는 화해하지 않고) 가해자 측 이해관계자와 화해하는 반면, <페퍼민트>는 피해자가 가해자는 물론이고 가해자 측 이해관계자와도 화해하는 데 실패한다는 점이 다르다. 정확히는 화해가 아니라 '용서'하는 일이 피해자의 과제일 텐데, 아무래도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고 간병이 워낙 힘든 일인 데다가 현재진행형이라서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간병의 힘듦과 어려움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시안의 가족은 원래 풍족하지는 않아도 부족하지도 않은 중산층 가정이었는데, 엄마가 쓰러진 후로 간병 때문에 아빠는 직장을 잃고 시안은 학업을 거의 포기하고 집은 더 이상 집의 기능을 못 하게 되었다. 시안과 시안의 아빠를 돕는 사람은 전문 간병인 최선희 선생님이 유일한데, 이분이 등장하는 장면들이 참 좋았다. 간병인은 병자뿐 아니라 병자의 가족과 친구, 지인들도 돌보는 귀중한 직업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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