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것부터 먹고
하라다 히카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할머니와 나의 3천 엔>, <낮술>, <76세 기리코의 범죄 일기>에 이어서 읽은 히라다 히카의 장편 소설이다. 먼저 읽은 세 편의 소설이 주인공이 여성이고, 음식이 나오고, 평범한 일상을 다룬 밝고 경쾌한 분위기 였기 때문에 이 소설도 그럴 줄 알았는데 짐작과 달랐다. 주인공이 여성인 건 맞고 음식이 나오는 것도 맞지만, 배경이 의료 스타트업 회사인 만큼 일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주인공인 가사 도우미 가케이 씨만큼 회사 직원들의 이야기 비중이 높다. 


대학 동창 다섯이서 설립한 의료 스타트업 회사 '그랜마'는 매출도 좋고 직원도 늘어나는 추세다. 일이 바빠 끼니를 못 챙기는 직원들이 생기자 CEO인 다나카가 가사 도우미를 고용하기로 한다. 그렇게 해서 그랜마의 식구가 된 50대 여성 가케이 씨는 음식 솜씨가 훌륭한 건 물론이고, 온화한 분위기로 직원들의 마음까지 녹인다. 가케이 씨가 만든 음식을 먹은 직원들은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속내를 고백하기까지 한다. 


소설의 중반까지는 그랜마의 창업 멤버인 다섯 사람의 고민이 주로 나온다. 이들은 모두 명문 대학을 나왔고 스타트업을 시작해 뛰어난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각자 다른 이유로 현재의 생활에 불만족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잘하고 있는데도 안정된 삶이 아니라며 대기업 취업을 종용하는 부모와 여자친구에게 시달리는 인물의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대학 친구 사이인데도 회사에서 일 이야기만 하고 사생활 공유는 안 하는 면은 공사 구분 철저한 일본인답다 싶었다. 


소설 후반에는 가케이 씨의 이야기와 창립 멤버이지만 현재는 실종 상태인 가키에다에 관한 이야기가 마치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처럼 펼쳐진다. 특히 가케이 씨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 어린 나이에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임신했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니 참 안타까웠다(상대 남학생은 '여자를 임신시킬 능력이 있다는 걸 입증했다'며 오히려 인기인이 되었다니 환장할 노릇이다). 그런 가케이 씨의 삶에 들어온 한 사람의 이야기 또한 애처롭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