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핏 쇼 워싱턴 포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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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일본 범죄소설에 탐닉했고 그 후에는 북유럽 범죄소설을 열심히 읽다가 영국 드라마 <브로드 처치>를 본 후로는 영국 범죄소설에 관심이 생겼다. 영국 범죄소설은 아서 코난 도일과 애거사 크리스티 등 유명 추리소설 작가들을 배출한 나라답게 작가층도 두텁고 작품 수도 많고 작품의 장르도 다양하다는 인상이 있다. 


M. W. 크레이븐의 <퍼핏 쇼>는 형사가 주인공인 범죄소설 하면 연상되는 설정이나 전개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적 변화가 잘 반영된 작품이다. 아마도 이러한 미덕으로 인해 2018년 출간 당시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2019년에는 영어권 대표 추리소설 상인 골드 대거상을 수상하고, 2023년 시리즈 5권까지 나오고 TV 드라마 제작이 결정되는 대성공이 가능했을 것이다. 


소설의 배경은 영국 북서부 스코틀랜드 바로 밑에 위치한 컴브리아다. 이 지역에는 '환상열석'으로 불리는 거석, 선돌(스톤헨지를 상상하면 된다)이 아주 많은데, 언제부터인가 이 환상열석에서 불에 탄 시신이 연달아 발견된다. 중범죄분석섹션의 데이터 분석가 '틸리 브래드쇼'는 이 시신들을 분석하다가 세 번째 시신에 어떤 이름이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름의 주인은 정직 중인 경관 '워싱턴 포'. 경찰은 '이멀레이션 맨'으로 불리는 범인을 잡기 위해선 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보고, 급하게 포의 복귀를 결정한다. 


이 소설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현재의 연쇄 살인 사건이 과거의 살인 사건으로 연쇄되는 구조라는 점이다. 처음에 이 사건은 범인이 컴브리아 지역의 환상열석에 불에 탄 시신을 남겼다는 것 외에 다른 공통점이나 단서가 전혀 없어 보였다. 하지만 포와 틸리가 가세하면서 새로운 단서들을 찾게 되고, 이 과정에서 과거에 일어났으나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은 훨씬 더 끔찍하고 흉악한 범죄가 드러난다. 사실상 이 작품은 하나의 소설에서 두 개의 사건을 다루는 셈으로, 그러한 구조를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하고 이야기도 훨씬 더 입체적이고 풍성하게 느껴진다. 


두 번째는 소설의 주인공인 포와 틸리의 케미(스트리)이다. 포가 정의감이 강하고 때로는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열혈 형사라면, 틸리는 사회성은 부족하지만 숫자와 데이터 분석에 능한 천재다. 어떻게 보면 접점도 전혀 없고 어울리지도 않는 두 사람이 사건을 계기로 서로를 알게 되어,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장점을 돋워주면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장면들이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세 번째는 현재 영국 경찰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를 알려주고, 정부와 법의 문제도 두루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 소설을 쓴 작가 M. W. 크레이븐은 10년 간 군에서 복무하고 16년 간 보호관찰관으로 일하며 경찰과 사회복지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경험자이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에는 경찰 조직 내부의 문제나 경찰과 다른 조직 간의 문제, 행정부와 사법부, 종교계, 언론 등의 알력 또는 영향력이 사건 해결 및 가해자, 피해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이 밖에도 장점이 많은 소설이고, 무엇보다 재미있어서 시리즈의 다음 편도 꼭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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