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네이드 할머니
현이랑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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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추리 소설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가 창조한 탐정 '미스 마플(제인 마플)'은 평범한 할머니의 모습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않으면서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용의자들을 심문하며 범인을 찾아낸다. 현이랑 작가의 소설 <레모네이드 할머니>의 주인공도 바로 그런 할머니 탐정이다. 소설의 배경은 거액의 돈을 낸 노인들만 입소할 수 있는 최고급 치매 노인 요양병원이다. 주인공 레모네이드 할머니는 요양병원의 땅 주인이라는 소문이 파다한, 괴팍한 성격의 초기 치매 환자다. 


'모든 일이 매끄럽게 처리되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이곳에서 어느 날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상주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노인인 이곳에서 갓 태어난 아기의 시체가 비닐에 싸여 버려진 상태로 발견된 것이다. 병원 측은 병원의 이미지가 훼손될 것을 염려해 사건을 은폐하려고 하는데, 우연히 그 현장을 목격한 레모네이드 할머니가 범인 찾기에 나선다. 때마침 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는 엄마를 보러 온 여섯 살 소년 '꼬마'가 할머니의 범인 찾기에 합세한다. 과연 할머니와 꼬마는 무사히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초기 치매 환자인 할머니와 어린 소년이 콤비를 이루어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 소설인 한편, 비단 요양병원뿐 아니라 한국 사회 곳곳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고발, 폭로하는 성격의 사회 소설이기도 하다. 같은 노인이라도 돈이 있어야 대접받고, 돈 있으면 돈만 믿고 사람들한테 갑질하고, 갑질 당해도 돈 때문에 항의 한 번 못하고, 항의하면 직장에서 쫓겨나고, 겉으로는 착한 척 깨끗한 척하는 사람이 뒤로는 아랫사람들에게 갑질하고 범죄와도 연결되어 있는 모습까지 한국 사회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서 오랫동안 뒷맛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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