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박서련 지음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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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련 작가는 데뷔작 <체공녀 강주룡>을 읽고 반한 이후로 신간이 나올 때마다 구입해서 읽고 있다.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마음산책에서 펴낸 소설집 <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로, <더 셜리 클럽>와 이어지는 밝고 따뜻한 분위기의 작품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에 반해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은 <마르타의 일>과 이어지는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의 작품이 대부분이다. <체공녀 강주룡>을 박서련 작가의 최고작으로 꼽는 나로서는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쪽이 더 마음에 든다. 


그중에서도 표제작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은 압권이다. 성장기인 외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아들이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지만 게임을 못한다는 이유로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엄마는 인터넷에서 게임 과외 선생을 구한다. 엄마가 게임을 잘해야 아이도 게임을 잘하게 된다는 과외 선생의 말에 혹해 게임을 배우기 시작하는 엄마. 열심히 노력한 끝에 게임 실력이 일취월장하게 되지만, 그 결과 알게 되는 건 남자(아이)들 사이에 만연해 있는 여성 혐오와 모성 혐오다. 


이어지는 단편 <미키마우스 클럽>을 비롯해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작품이 한국 사회 전반에 깊게 배어 있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 모성에 대한 애증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 선하고 도덕적인 여성상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악하고 부도덕한 여성상도 보여주는 점이 박서련 작가답다. 목사 아버지를 둔 주인공 '보혜'가 목사 남편과 헤어지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단편 <보>도 좋았다. 종교라는 미명 하에 작동되는 뿌리 깊은 가부장제와 남성 중심주의, 이성애 중심주의가 어떤 식으로 인간을, 특히 여성을 억압하고 파괴하는지를 묘사한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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