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 이야기.낯선 여인의 편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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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민석 님이 진행하신 EBS 오디오천국 <양심의 가책>을 통해 알게 된 책이다. 책 소개가 워낙 흥미진진해서 사서 읽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나도 그런 리뷰를 쓰고 싶다...). 그러나 내가 늘 그렇듯 사놓고 1년이 지나도록 읽지 않았는데(왜 그런지 나도 몰라...), 열대야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던 며칠 전 밤에 운명처럼 이 책이 눈에 띄어 그 자리에서 읽기 시작했다. 와 근데 너무 재밌네... 재밌는 줄 알고 샀지만 역시 재밌네... 


이야기는 관찰자인 '나'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체스 챔피언 첸토비치에게 관심이 많은 '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가는 배 안에서 첸토비치를 발견하고 그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웬만한 미끼로는 그의 관심을 끌 수 없었고, 고민 끝에 '나'는 배 안에서 체스 시합을 벌인다. '나'의 생각대로 첸토비치는 체스 시합에 흥미를 보였고, 우여곡절 끝에 '나'는 첸토비치를 아마추어 6인과의 시합에 끌고 오는 데 성공한다. 


여기까지도 <퀸스 갬빗>이 떠오를 만큼 충분히 재미있지만, 소설의 백미는 이 다음부터다. 체스 챔피언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아마추어 6인. 보다 못한 관중 한 명이 6인에게 훈수를 두는데, 이 자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알고 보니 그는 오스트리아 유력 집안의 자제인 B박사로, 과거의 '어떤 일'로 인해 체스를 익히게 되었고 그 결과 B박사의 성격은 물론 인생까지 크게 바뀌었다고 한다.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체스라는 소재를 통해 서로 상반된 삶을 살아온 두 남자의 이야기와, 각각이 대표하는 국가, 민족의 이야기를 엮어서 풀어낸 솜씨가 탁월하다. 군더더기 없는 건조한 문장도 몰입을 돕는다. 함께 실린 <낯선 여인의 편지>는 열세 살 때부터 평생 한 남자만을 사랑해온 여자가 돌연 그 남자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이 소설도 길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당대의 정치 사회 문화와 당시 사람들의 정서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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