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심령학자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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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의 즐거움 중 하나는 소설에 나오는 공간을 상상하는 것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상상하는 재미도 크지만, 실재하고 직접 가본 적도 있는 공간이 등장할 때는 그 기분이 남다르다. 일상의 배경으로만 여겼던 공간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떠올리면서 잊고 있던 감각이 되살아나는 느낌을 느낀달까. 현실이 소설 같고 소설이 현실 같아서 황홀하고도 어지럽달까. 


배명훈 작가의 소설 <고고심령학자>를 읽으면서 그런 기분을 자주 느꼈다. 이 소설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높이가 30미터 이상인 거대한 성벽이 갑자기 출몰하면서 시작된다. 문제 해결을 위해 고고학적인 문제를 심령학적인 수단으로 해결하는 고고심령학자가 소환되는데, 그가 바로 조은수다. 은수는 한국고고심령학계를 대표했던 문인지 박사의 유일한 제자로, 사건 해결을 위해 스승이 남긴 자료들을 살피기 시작한다. 


문 박사의 자료를 살피던 은수는 성벽이 출몰하는 '위치'에 주목한다. 성벽이 나타나는 장소는 서울 종로도 강남도 아닌, 용산이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용산이 어떤 곳인지 밝힐 수 없지만, 용산이 한강변이라는 지리적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수도가 되지 못한(될 수 없었던) 이유를 알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새 대통령은 왜 하필 거기로 집무실을 옮겼을까 싶고... 


이 소설에는 용산 이야기 외에도 소백산 천문대, 장기와 코끼리, 구전동요 등 다양한 소재가 등장한다. 조은수 외에도 김은경, 문인지, 한나 파키노티 등 멋진 여성 캐릭터들이 활약을 펼친다. 그러나 소설을 다 읽고 가장 많이 생각나는 건 용산이라서, 앞으로 용산에 가거나 용산을 지나갈 때마다 이 소설이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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