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질문
안희경 지음 / 알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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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뿌리내리고 산다는 것.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만 쭉 살아온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한때는 한국이 너무 답답하고 지긋지긋해 다른 나라로 떠나볼 생각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문제가 저기에 없을 거라는 기대보다, 여기에 없는 문제가 저기에 있을 거라는 불안이 더 컸다. 그 결과 현재는 외국 살이에 대한 동경을 접고 착실하게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여차하면 떠나겠다는 생각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재미 저널리스트 안희경의 산문집 <나의 질문>은 2002년 저자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냥 이민도 힘든데, 저자의 경우는 결혼 이민이었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남편뿐이었고, 일하러 나갈 직장도 없었다. 한국에서는 영어를 잘하는 축에 속했는데, 미국에서는 자신의 영어가 통하지 않았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덕분에 마이너리티로 살아가는 일의 어려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자신과 같은 이민자를 비롯해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 다양한 이유로 주류로부터 배제당하고 차별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후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경력을 재개한 저자는 지그문트 바우만, 제러미 리프킨, 리베카 솔닛, 반다나 시바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석학들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담은 인터뷰집을 일곱 권이나 펴냈다. 수많은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해낸 비결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좋은 인터뷰를 하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그저 내 안으로 침잠해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중략) 인터뷰이가 누구든 자기 본연의 자세로 집중해 들어간다면, 상대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집중된 답을 듣게 된다." (114-5쪽) 


인생도 마찬가지다. "'산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을 때, 나는 '견디는 것'과 혼돈했다. 견디는 것에 들어 있는 '작위적인 힘'을 인지하기 전이다. 산다는 것은 이런저런 상황을 살아가는 것이다. 거기에 '잘' 또는 '애써'라는 수식어가 붙을 때 삶은 견뎌야 하는 것이 되고 만다." (190쪽) 산다는 것은 산다는 것일 뿐, 거기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려고 애쓸 때 삶은 거추장스러워지고 무거워진다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이러한 통찰을 얻기까지, 대체 무엇을 읽고 어떻게 써온 것일까. 저자의 전작들을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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