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마을에 볼일이 있습니다 - 무심한 소설가의 여행법
가쿠타 미츠요 지음, 박선형 옮김 / 샘터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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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색다른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 평소에는 하기 힘든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외국의 장소를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서? 어느 것도 맞지만, 여행이 주는 즐거움은 그것만이 아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여행은 계획한 대로, 예상한 대로 진행될 때보다 그렇지 않을 때 더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예를 들면 길을 잃어버린다거나 가방을 도둑맞는다거나. 물론 그 순간에는 머리가 아찔하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겠지만, 지나고 나면 그보다 강렬한 추억이 없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는 하고 싶지 않았던 경험을 하기 위해 여행을 하는 걸까. 


일본의 소설가 가쿠타 미쓰요의 에세이집 <좋아하는 마을에 볼일이 있습니다>에도 그런 장면들이 자주 나온다. 최고의 여행지라는 평판이 자자해 열심히 찾아갔는데 웬걸 제대로 된 식당 하나 보이지 않아 당황했던 일('최고의 여행지'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달라서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저녁을 먹고 술까지 마시고 기분 좋게 숙소로 걸어가던 중 갑자기 괴한이 나타나 가방을 빼앗으려고 했던 일(다행히 가방도 안 빼앗기고 저자도 무사했다) 등 기대나 예상을 배신하는 순간들이 이 책에 자주 나오고, 또 그런 순간들이 담긴 에피소드가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었다. 


하고 싶지 않았던 경험조차 특별한 추억이 되는 것이 여행이라지만, 저자에게는 절대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 꼭 하나 있다고 한다. 그것은 예전에 좋은 추억으로 남은 여행지에 다시 갔다가 실망하는 일이다. 저자의 첫 여행지였던 태국 타오섬은 한때의 고요하고 한적했던 분위기를 잃고 흔한 관광지가 되었다. 그것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두려워서 저자는 태국에 갈 일이 있어도 타오섬 근처까지만 가고 타오섬에는 가지 않는다. 대체 과거의 타오섬이 얼마나 좋았길래...! 비교할 추억조차 없는 난 그저 부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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