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작가입니다 - 딴 세상 사람의 이 세상 이야기
배명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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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작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그야 인세와 원고료로 살겠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SF 문학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일천했던 한국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SF 문학을 써왔던 작가에게는 남다른 꿈 내지는 야망 같은 게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펼쳐든 이 책에는, 과연 한국에서 SF 작가로 산다는 것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등단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고, 인세와 원고료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작업하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고, SF에 대한 대중의 오해와 문단의 차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흥미로운 글이 아주 많은데,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삼국지>에 나오는 '천하삼분지계'에 대한 해석이었다. 유비가 제갈량을 찾아가 삼고초려를 하는 그 유명한 장면에 나오는 이 말에 대해, 나는 그동안 단 한 번도 의문을 가져본 일이 없었다. 그런데 저자가 이 말에 의문을 품고 자기만의 추론과 분석을 더해 해설하는 대목을 읽으며 나는 저자가 참 대단하다고 느꼈고, 과연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사람답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생각을 하는 저자의 소설을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배명훈의 <삼국지>를 써보실 생각은 없는지...) 


SF를 쓰려면 과학보다 국제정치학을 공부하는 게 낫다는 말씀도 인상적이었다. 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하면 외무고시 과목을 공부하는 줄 아는데, 실제로는 세계와 세계관에 대해 공부하게 되며 이는 다양한 세계를 창조하고 다양한 세계관을 실험하는 SF 창작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의 이 말을 어디선가 듣고 정치외교학 전공자로서 솔깃했는데, 아직은 SF 창작은커녕 독해조차 어렵다. 그래도 저자가 지향하는 '과학기술이 아닌 사회과학이 중심이 되는 SF'에는 관심이 있고(진짜 빌런은 사람이 아니라 사회라는 지적도 좋았다), 그러한 SF 소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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