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거짓된 삶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을 열심히 읽은 게 언제인가 찾아보니 벌써 4,5년 전이다. 다시 생각해 봐도 너무나 강렬하고 매혹적인 작품이었지만, 읽는 내내 '기 빨린다'라는 말이 떠오를 만큼 심하게 몰입을 해서, 이후에 출간된 엘레나 페란테의 다른 소설들은 '감히' 읽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 책을 읽은 건, 아마도 편집자 K 님의 유튜브에서 이 책에 대한 소개를 들은 게 계기였지 싶다.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란 소녀 조반나가 어느 날 우연히 부모님이 몰래 하는 대화를 듣고 충격에 빠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한 그 말의 내용인즉슨, 조반나가 점점 고모인 '빅토리아'를 닮아간다는 것. 빅토리아가 누구인지는 물론이고 자신에게 고모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조반나는 아버지의 말에 큰 충격을 받고 빅토리아 고모를 찾기 시작한다. 정말 닮았는지, 닮았으면 얼마나 닮았는지 궁금해서. 이 과정에서 조반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부모의 뜻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기도 하고, 이제까지는 절대복종했던 부모의 가르침에 의문을 품기도 한다. 그러면서 조반나는 점차 부모 품 안의 어린 여자아이에서 독립적이고 성숙한 여자 어른으로 성장한다. 가족과 우정, 사랑에 대해 다른 각도로 보게 되고,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도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나폴리 4부작>을 읽을 때 흥미롭게 느끼면서도 불편했던 지점이 인물들의 감정이 과하게 요동치고 성과 폭력에 대한 묘사가 지나치게 자주 나온다는 것이었는데, 이 소설에도 그런 점이 없지 않지만 <나폴리 4부작>보다는 훨씬 덜하다. <나폴리 4부작>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도 배경이 나폴리이고, 나폴리 내부의 빈부 격차와 계급 갈등을 사실적으로 그리지만, 나폴리 자체보다는 나폴리라는 공간과 이곳이 내포하고 있는 갈등으로 인해 조반나를 비롯한 여자아이들이 어떤 식의 어려움을 겪으며 그것이 그들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자세히 그린 점이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