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김하나 지음 / 김영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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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김하나 작가가 쓴 책들을 다시 읽는 중인데, 예전에 읽은 책들을 다시 읽으면서 새롭게 발견하는 문장이나 대목이 아주 많다. 김하나 작가의 두 번째 책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을 다시 읽다가 맨 처음 밑줄 그은 문장은 이것이다. "모든 이를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은 거룩할 것이나 모든 이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은 욕심이나 아둔함에서 비롯된다. 전지전능하지 않은 우리는 필연적으로 무언가를 배제할 수밖에 없다. 배제해야 집중할 수 있고, 집중해야 비로소 어떤 색깔이 생기기 시작한다." (16쪽) 


김하나 작가의 첫 책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와 마찬가지로, 이 책은 크고 작은 아이디어를 통해 삶을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탁월한 아이디어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소수의 전문가들만이 떠올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배제하기, 손상하기, 의심하기, 순서와 온도, 재료 바꾸기 등 다양한 도구를 이용하면 누구나 쉽게 기존의 생각을 전복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 커플을 받지 않아서 혼자 온 손님이 호젓하게 쉬다 갈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일부러 찢거나 올을 풀어서 오래 입은 듯 자연스러운 느낌을 낸 청바지, 7,80년대에 유행한 포크 음악을 재해석한 음악으로 세대를 불문하고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는 버스커버스커(장범준) 등이 그 예다.


'Show, don't tell'이라는 제목의 장도 좋았다. 질소과자를 풍자하기 위해 160개의 과자 봉지로 뗏목을 만들어 한강을 건넌 대학생들처럼, 훌륭한 쇼는 그 어떤 말보다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백 번 말하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는 생각은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에 나오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무엇을 갖추고 마련하기보다는 바로 지금 그 자리에서 더 나은 세상을 '살아버리는' 게 낫다"는 문장과도 통한다. 결혼하지 않아도 여자 둘이 잘 살 수 있다는 걸 '말하지' 않고 '보여준', 김하나 작가가 이 책 다음에 낸 책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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