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 창의성을 깨우는 열 두 잔의 대화
김하나 지음 / 세개의소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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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내 마음대로 '김하나 작가 주간'으로 정하고 김하나 작가의 책들을 몰아서 읽고 있다. 어제와 오늘 읽은 책 세 권은 김하나 작가가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쓰기 전에 쓴 책들로, 세 권 모두 출간 당시에 읽었으나 이번에 다시 읽으니 새롭게 와닿는 문장과 대목들이 많았다.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는 김하나 작가의 첫 책이다. 초판은 2013년 씨네21북스에서 나왔는데, 작년에 세개의소원이라는 출판사를 통해 개정판이 나왔다. 개정판이 나온 건 고은 시인의 성추행이 폭로된 후 이 책에 실린 고은의 시를 삭제하기 위함이었는데, 개정판을 내려고 책을 다시 살펴보니 고은 시인의 시만 뺀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등장인물인 두 화자도 여-남에서 여-여로 바꾸고, 7장은 빼고 11장은 아예 다시 썼다. (이런 식의 수정 및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책이 아주 많다고 본다.) 덕분에 오래전에 읽은 이 책을 다시 읽고 김하나 작가의 새로운 글도 읽게 됐으니 전화위복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아이디어'에 관한 아이디어(생각)들을 담고 있다. 우리가 보통 '창의성'이라고 일컫는 개념은 아이디어라는 단어로 대체해도 무방하다. 아이디어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천재나 고도의 훈련을 거친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맥주를 끓여서 위스키를 만들고 와인을 끓여서 브랜디를 만든 오래전 어느 나라의 술꾼들처럼, 기존의 관습이나 전통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방식을 연구한다면 그것이 곧 창의성이고 아이디어다. 스마트폰에 새로운 기능을 더하는 것처럼 새로운 것을 '더하는' 것만이 탁월한 아이디어는 아니다. 노예제를 폐지하거나 참정권 제한을 없애는 것처럼, 오랫동안 당연시되었던 제도나 관습을 '빼는' 것 또한 탁월한 아이디어다. 


아이디어의 달인이 되려면 머릿속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들에 늘 열려 있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딱딱하게 굳기 쉬운 머리를 유연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크고 작은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연습을 하면 좋다. 내가 무엇에 감동받고 설레는지 항상 잊지 말고 그 감각을 기억하라고 조언한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의 저자 곤도 마리에의 'Spark joy'가 떠오르기도 했다. 곤도 마리에 또한 옷을 눕혀서 수납하는 대신 세워서 수납한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정리 분야의 스타가 되었다는 점에서 아이디어의 달인이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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