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고, 친애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1
백수린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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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삼천포책방 최신 회차에서 김하나 작가님이 여름에는 <여름의 빌라>를 읽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걸 듣고 '음, 나는 <여름의 빌라> 읽었는데... 그렇다면 백수린 작가님의 다른 소설을 읽어볼까?'라고 생각하며 고른 책이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답게 판형이 좁은 데다가 분량도 많지 않아서 금방 읽을 줄 알았는데 문장이 너무 좋아서 오래오래 곱씹어 읽느라 다 읽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야기는 딸이자 외손녀인 '나'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적성에 맞지 않는 기계공학과에 진학한 후 학사경고를 받고 집에서 쉬고 있는 '나'는 지방대 교수인 엄마의 부탁으로 외할머니 집에서 지내게 된다. 일찍이 아들을 잃고 남편까지 보낸 후 혼자 살고 있는 외할머니를 나는 결코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낳은 직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엄마를 대신해 자신을 키워준 외할머니에게 더욱 큰 친근감을 느낀다. 내 눈에는 그저 연약하고 다정한 외할머니를 차갑게 대하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는 면도 있다. 그런 세 모녀, 세 여자, 세 사람의 이야기. 


나는 엄마와 떨어져서 살아본 적 없고 외할머니와 친하지도 않지만, 소설 속의 '나'가 엄마에 대해 쉽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기분은 알 것 같다. 엄마가 세상 누구보다 나를 아껴주고 위해준다는 건 알지만, 그만큼 나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고 지금도 자신이 바라는 딸의 이상을 나에게 강요할 때면 '엄마는 삼십몇 년을 나와 같이 살았으면서도 나를 모르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나에게 (여)동생은 엄마한테 이해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아예 품지 말라고 하는데, 아직도 그러지 못하는 걸 보면 내가 너무 미련한 걸까.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 자체가 욕심인 걸까. 나를 낳고 키워준 엄마에게조차 나를 부정 당하는데 다른 누구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걸까.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지만 사랑을 두려워하는 나의 마음은 엄마에게서 비롯된 걸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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