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요양기 - 집순이가 남미로 여행을 떠났다
허안나 지음 / 라마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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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이자 작가인 오지은이 진행하는 여행 팟캐스트 <이런 나라도 떠나고 싶다>를 즐겨듣는다. 오지은 작가의 여행담도 재미있지만 오지은 작가가 매의 눈으로 고른 게스트의 여행 이야기를 듣는 것도 즐거운데, 수많은 게스트 중에 가장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들려준 분이 바로 <남미 요양기>를 쓴 허안나 작가다. (<남미 요양기>라니. 제목부터 재미있을 것 같은 예감이 뿜뿜 들지 않나요?ㅋㅋㅋ) 


책의 시작은 이렇다. 33살에 학자금 대출을 전액 상환한 저자는 그동안 돈 버느라(갚느라) 수고한 자신을 칭찬하고 위로할 겸 남미 여행을 계획한다. 한국에서 멀고 땅이 크다는 단순한 이유로 선택된 남미에서, 저자가 가장 해보고 싶은 건 집 같은 에어비앤비를 빌려서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그림을 그리는 것. 남는 시간에는 누워서 책을 읽거나 넷플릭스를 보고 싶었다. 그렇게 말하자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 남미는 왜 가?ㅋㅋㅋ" 남미까지 가서 집순이로 지내겠다는 저자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저자는 한국에서 누워 있는 것과 남미에서 누워 있는 건 천지 차이라는 생각을 하며 호기롭게 여행을 준비했다. (가자 남미로!!) 


그렇게 떠난 남미에서 정말 집순이답게 숙소에서만 지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저자는 총 90여 일 동안 남미를 여행했다. 쿠바의 경치 좋은 해변에서 해수욕도 하고, 페루의 와카치나 사막에서 버기카도 타보고 오아시스 주변을 산책하기도 했다. 고산병에 걸릴 위험을 감수하고 마추픽추에도 올랐고, 직접 걸어서 국경을 넘어 볼리비아의 자랑인 티티카카 호수도 보고 우유니 소금사막에도 가봤다. 이 밖에도 칠레, 아르헨티나, 이구아수폭포, 브라질을 여행했다. 


다른 여행자들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남들 다 가는 곳이니까 아무 생각 없이 가는 게 아니라 한정된 체력과 열정을 고려해 꼭 가보고 싶은 곳만 가봤다는 것. 하드한 일정을 소화한 다음 날에는 결코 무리하지 않고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시간을 보냈다는 것. 어떤 사람들의 눈에는 돈 아깝고 게으른 여행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숙소 주인과 실없이 나누는 대화나 동네 어귀의 허름한 카페에서 보낸 유유자적한 시간, 그늘 밑에 눌러 앉아 그림 그리고 사람 구경하는 시간은 왜 여행이 아니란 말인가. 나도 이런 여행을 꼭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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