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 띵 시리즈 9
윤이나 지음 / 세미콜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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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청하는 팟캐스트 <시스터후드>의 진행자 윤이나 작가님의 신간이다. <시스터후드>도 듣고 작가님이 출연하신 <책읽아웃> 회차도 들었기 때문에 새로운 '썰'이 많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작가님이 팟캐스트에서 풀지 않은 에피소드도 많았고 팟캐스트에서 푼 에피소드도 글로 보니 새롭고 재미있었다. (썰은 썰이요 책은 책이로다...) 


저자는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이나 님이 안성탕면 할아버지랑 다를 게 뭐예요?"라는 말을 들었을 만큼 라면을 좋아하고 즐겨 먹는다. 공정성(?)을 위해 책에 가장 좋아하는 라면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조리 방식은 정해져 있다. 라면은 무조건 하나씩 끓인다. 라면과 동봉된 분말수프, 플레이크 외에 다른 것은 일절 넣지 않는다. 라면 봉지에 표기된 조리법을 따르되 물은 정량보다 조금 적게 넣는다. 라면을 먹을 때는 김치 등 다른 반찬을 곁들이지 않는다. 이 방식에 어긋나는 조리법 및 식사법은 사도(邪道)다. (이는 저자의 개인적인 견해일 뿐 저의 견해와는 다릅니다) 


이렇게 라면에 관해서는 신중하고 엄격하기 그지없는 저자이지만,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은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시스터후드>를 함께 진행하는) 황효진 작가님과 한강공원 수영장에서 먹은 라면 이야기다. 아침부터 비를 맞으며 열심히 수영을 한 두 여자가 마침내 맑게 갠 하늘을 보며 매점 앞에 앉아 각자의 라면을 맛있게 먹는 모습. 생각만 해도 유쾌하고 즐겁다. 아버지와는 정치적 견해가 끝과 끝이지만 라면 취향은 똑 닮았다는 이야기, 반대로 어머니와는 라면 취향이 전혀 달라서 라면을 따로 끓여먹는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나만큼 라면 좋아하고 잘 끓이는 사람 없다는 '라부심(라면부심)'이지만, '가장 맛있는 라면은 남이 끓여준 라면'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 자립심, 신상이 나오면 꼭 먹어보는 호기심, (사도에 가깝지만) 때로는 냉라면도 만들고 비빔면에는 다른 재료를 넣기도 하는 포용심도 보였다. 저자만큼 잘 끓일 자신은 없지만, 오늘 점심은 라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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