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섬
김한민 지음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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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민 작가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페소아> 편으로 알게 된 작가다. <페소아>를 읽을 때는 작가의 그림 실력을 알지 못했는데, 이 책과 작가의 또 다른 책 <비수기의 전문가들>을 사서 읽으며 작가가 뛰어난 그래픽 노블 작가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책섬>은 책을 만드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책을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책을 만드는 사람, 지금 여기에 없는 새로운 책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사람의 이야기이다. 


"난 책 병에 걸렸어요. 태어날 때부터. 모든 펼쳐지는 것들을 책으로 착각했어요." (22쪽) 


책은 하나의 섬이다. 하나의 섬으로 가면 그 섬에 영영 머무르고 싶어지기도 하고, 다른 섬이 궁금해져서 다시 바다로 나가기도 한다. 같은 섬도 어떤 사람은 눈에 보이는 풍경만 가볍게 훑고, 어떤 사람은 땅속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간다. 또 어떤 사람은 그 섬에 새로운 공간을 짓거나 자기만의 장소를 발견하기도 한다. 


책은 배이기도 하다. 돛 없는 그 배는 바람 따라 물살 따라 이리저리 떠돌다 마침내 어느 해변에 도착해 낯모르는 사람의 손길에 닿는다. 그렇게 도착한 배가, 책이 나에게 어떤 세계를 보여줄지 매번 궁금해하고 기대하는 나는 과연 어디에 있는 걸까. 언젠가 나도 책이라는 배를 타고 머나먼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까. 


책은 오솔길 / 문장 나무 사이로 난 / 오솔길을 걷다 보면, / 걸려 넘어지는 문장이 있어. / 그 문장 앞에서 넌 작아지지. (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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