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마음
이두온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는 미스터리 소설을 전보다 열심히 읽을 생각이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한 지는 오래되었지만, 좋아하는 작가 몇 명의 작품만 꾸준히 읽었지 장르 전체를 두루 섭렵했다는 생각은 안 들어서이다. 일단은 미스터리 소설의 고전으로 꼽히는 작품들을 차례로 읽고, 미스터리 소설 전문 잡지 <미스테리아>를 꾸준히 읽으면서 거기 나오는 작품들이나 작가들을 찾아 읽을 계획이다. 과연 잘 될 수 있을까... 


<타오르는 마음>은 <미스테리아> 김용언 편집장이 추천해서 읽은 책이다. 오랜만에 읽은 한국 추리 소설인데 기대한 것보다 좋았다. 소설의 배경은 지도에도 안 나오는 작은 마을 '비말'. 자랑할 것이라고는 드넓은 평원과 그 위에 홀로 서 있는 바위뿐인 이 마을에서 까맣게 탄 시체가 발견된다. 이후 비슷한 시체가 여러 구 연속으로 발견되면서 마을은 순식간에 전국적인 명성(?)을 얻는다. 범인은 잡히지 않고 유가족들은 괴로워하는 가운데, 마을 사람들은 연쇄 살인 사건을 일종의 '관광 자원'으로 이용해 큰돈을 벌 계획을 세운다. 때마침 비말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을 모티프로 한 영화가 개봉되면서 계획이 착착 진행된다. 


여기까지가 현재로부터 6년 전의 상황. 6년이 지난 지금은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도 많지 않고, 비말을 찾는 관광객의 수도 급감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연쇄 살인 사건을 연상케 하는 또 하나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마을의 소녀 '밴나'는 친구 '오기'와 함께 범인을 찾아 나서지만, 마을 사람들은 오랜만에 돈 벌 기회가 생겼는데 괜한 짓 하지 말라며 말린다. 범인 '덕분에' 사그라들던 축제에 대한 관심도 살리고, 매스컴의 주목도 받게 되었다며 도리어 흥분한다. 


사람이 줄줄이 죽어도 돈 벌 궁리만 하는 사람들. 나만 아니면 괜찮다고 문제를 덮어버리는 사람들. 진실을 추궁하는 사람을 오히려 비난하고 조롱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토양 삼아 범죄는 생겨나고 범죄자는 생존한다. 죽은 사람, 살아남은 사람만 억울한 이런 사회야말로 진정한 가해의 주체 아닐까. 이런 마을 사람들 속에서 사건의 진실을 좇는 밴나의 모습이 무척 가련하고 애처롭게 느껴졌다. 사회파 미스터리의 대가 미야베 미유키가 이 책을 극찬한 이유를 알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