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투이 지음, 윤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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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계 캐나다 작가 킴 투이의 소설 <만>은 작가의 전작인 <루>와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이어지는 내용은 아니다. 주인공 '만'이 베트남 출신 여성이고 캐나다에 와서 살고 있는 건 같지만, 만이 캐나다에 온 건 먼저 보트피플로 캐나다에 와서 자리를 잡은 남편과 결혼을 했기 때문이고, 만이 식당을 운영하는 건 남편이 식당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루>의 주인공 '안 띤'은 어릴 때 가족들과 보트피플로 캐나다에 왔고, 법대 졸업 후 변호사로 일하다가 식당을 개업한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쥘리다. 쥘리는 만의 식당에 자주 찾아와 만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주고 사업을 더 크게 벌이도록 자극한다. 나중에는 만의 동업자가 되어 만의 식당을 널리 홍보하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베트남 식당이 되게 한다. 만의 남편과 애인이 만의 삶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 한편 부정적인 영향도 준 것과 달리, 쥘리는 만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만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쥘리가 만의 인생에서 조연에 머무르다니. 쥘리가 남성이었다면 일찌감치 만의 남편이나 애인 자리를 꿰차지 않았을까. 


연인과 대화를 나누며 외국어를 익히는 과정에 대한 묘사를 읽을 때는 오래전에 읽은 샤올루 구오의 소설 <연인들을 위한 외국어 사전>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둘 다 아시아계 여성이 백인 남성과 연애하면서 외국어를 배우는 내용이다.) 이 소설을 통해 베트남의 문화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었다. 베트남 음식에 새우젓갈 아니면 멸치젓갈이 들어간다는 것은 한국과 비슷하고, 베트남 북부에선 치아를 검게 물들여야 미인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사랑하는 연인들은 태어날 때부터 운명의 붉은 실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 것은 일본과 비슷해서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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