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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어머니의 날 1 ㅣ 타우누스 시리즈 9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9년 10월
평점 :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는 내가 손꼽아 기다리며 읽고 있는 몇 안 되는 시리즈물 중 하나다. 최신작인 <잔혹한 어머니의 날>도 출간되자마자 읽고 최근에 전자책으로 다시 읽었다. 보통 시리즈물이 장기화되면 소재가 식상해지거나 전개가 늘어지거나 캐릭터가 진부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타우누스 시리즈는 신작이 나올 때마다 대표작을 갱신한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다. 비결이 뭘까.
이야기는 80대 노인이 대저택에서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경찰은 처음에 단순 고독사로 보고 사건을 종결지으려 하지만, 아사 직전의 개 옆에서 사람의 뼈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되고 점점 더 많은 인골이 발견되면서 수사에 힘을 쏟기 시작한다.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저택에서 발견된 시신들이 모두 5월 어머니의 날 전후에 실종된 여성들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이들의 죽음과 관련 있어 보이는 사람들을 수색한다.
<잔혹한 어머니의 날>의 중심에는 '나쁜' 어머니와 불행한 아이들이 있다.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죽은 노인이 먼저 사망한 아내와 함께 고아원에서 지내는 아이들을 입양해 키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겉보기에는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노인의 아내는 아이들을 학대하기 일쑤였고 노인 또한 아내의 폭력에 시달렸다. 아이들은 자신들을 학대하는 양어머니를 미워했고, 자신들을 버린 친어머니를 원망했다. 그들이 겪는 모든 불행의 원인을 어머니에게 돌렸다.
하지만 누구를 미워하거나 원망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죽여도 되는 건 아니다. 똑같이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똑같이 고아원을 전전하며 살았어도 누구는 범죄자가 되는가 하면 누구는 모범적인 시민으로 살아간다. 아이를 만드는 건 남자와 여자인데, 아이가 불행한 책임은 여자에게만 돌리는 것도 범인의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죄의 경중을 따지자면 자기 아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책임도 안 지는 아버지의 죄가 더 무겁지 않은가. 뭐든 어머니 책임으로 돌릴 거면 어머니 성을 따르는 걸 원칙으로 삼든가. 답답하다.